김씨는 “취업을 위해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 준비도 할 계획”이라며 “꼭 취업에 성공해서 추석 때는 친척들을 보러 가겠다”며 웃었다.
설을 맞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지만 오는 3월 대기업 채용 시즌을 눈앞에 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는 연휴 기분을 내는 것도 사치다. 가족들이 모이면 어르신들이 애정 어린 걱정을 해주지만 오히려 더 부담이다. 차라리 명절 분위기를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 어학 공부나 면접 준비 등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 속 편하다.
파고다어학원·해커스어학원 등 일부 학원들은 이런 취준생들을 위해 올 설에 ‘명절대피소’를 운영하고 ‘비상식량’을 제공한다. 일부 지점을 명절 기간에 개방하고 간단한 간식도 준비해 무료로 제공한다. 이름에서부터 비장함이 느껴진다. 명절을 피해 학원을 찾는 취준생들의 마음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절대피소를 찾는 사람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파고다어학원의 경우 지난 2015년 추석 첫 행사 때 400명가량이 방문했지만 지난해 추석 때는 1,000명 넘는 취업준비생이 몰렸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이번 설에도 방문객이 1,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여 강남·종로·신촌 등 5개 지점을 개방하고 간식 세트도 1,000개 이상 준비했다”며 “취준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기획했는데 매번 방문객이 늘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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