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KBS2 ‘추적 60분’에서는 ‘도로 위의 시한폭탄, 폐차가 달린다 - 보험사와 중고차 업계의 부당거래’ 편이 전파를 탔다.
지난 2015년 10월 26일, 상주터널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했다. 현장에 있던 많은 차들이 불길에 휩싸였고 박 씨의 차량 또한 마찬가지였다. 뜨거운 열로 녹아버린 차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보험사를 통해 바로 폐차처리를 했다는 박 씨.
그로부터 얼마 후,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무사고 차로 버젓이 팔리고 있는 본인의 화재 차량을 보게 됐다.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이 화재 차량을 중고차로 구매한 사람을 만나봤다. 그는 화재 차량인 줄 전혀 모르고 구매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폐차 갖고 와서 폐차 처리 했다고 다 해놓고 그 차를 싹 수리를 하죠.”
-경매 위탁업체 관계자-
피해자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점점 녹이 스는가 싶더니 차량 강판 군데군데 큰 구멍이 생기게 된 차량, 주행 중 갑작스레 시동이 꺼지곤 한다는 위험한 차량들.
제보를 받고 추적에 나선 취재진. 해당 차량들이 지난해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 또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침수된 차량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차량의 원주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차가 폐차 처리 된 줄로만 알고 있다는 것. 폐차 처리된 차들이, 왜 버젓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일까. 수소문 끝에 사고 차량만을 매입한다는 전문 매매업자를 만나봤다.
“수리하면 모른다니까요. 저희가 마음먹고 성능(검사소) 가서 성능 검사 받으면 보닛 교환 범퍼교환 밖에 안 나와요“
-사고 차량 매매업자-
중고 차량을 매매할 때 어디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알려주는 ‘성능검사기록부’. 구매자는 이 기록부에 기재된 사항들을 믿고 차량을 구매한다. 그렇다면 성능검사기록부에 기록된 내용들은 얼마나 믿을만한 것일까. ‘추적 60분’팀은 직접 성능검사소를 찾아 침수차량의 검사를 의뢰해보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취재를 통해 성능검사기록부의 조작 가능성을 따져봤다.
“대부분 성능검사장이 중고차 딜러 사무실과 아주 가깝게 있어요. 뭘 의미하겠어요 그게. 눈 한 번 질끈 감고 (문제 사항) 표시 안 하면 그만인데.”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
우리가 만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보험사를 통해서 폐차처리를 진행했다고 했다. 취재 결과, 보험사들은, 폐차와 수리 가능한 차를 결정하는 것은 보험사가 아닌, 위탁경매업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매 위탁업체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보험사가 폐차와 수리 가능한 차를 나누는 데에 관여해왔고, 이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보험사로부터 계약 갱신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
사고를 줄이는 데 이바지해야할 거대 보험사가, 오히려 눈앞의 이익을 위해 폐차되어야 할 차를 ‘재생’시키고 그 책임을 중고차 위탁업체에게 떠넘기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진=KBS2 ‘추적 60분’ 방송화면캡처]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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