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를 오는 24일부터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새롭게 선보인다.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는 주인공 ‘메디아’가 행복하게 살던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버린 남편 이아손에 대한 ‘욕망’이 치열하게 교차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극 <메디아>는 이러한 참극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한 개인의 분노 뿐 아니라 사회적 무관심 역시 섬뜩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원작에 비해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된 ‘코러스’는 공연 전반에 걸쳐 등장함으로써, 메디아의 심경에 동조하다가도 때로는 그를 비난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가족, 형제, 친척, 친구, 동료로 모든 사건을 함께 하는 코러스는 비난과 방관으로 누군가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이번 공연은 막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이 있었지만, 무관심 속에 이미 비일비재해진 처참한 사건들에 대한 유의미한 화두를 던질 것이다.
2012년 <헤다 가블러>, 2016년 <갈매기>로 연극배우로서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이혜영은 이번 무대에서 모든 것을 잃고 고립되어버린 한 여자의 절망적인 심경을 자신만의 에너지로 풀어낼 것이다.
신화 속 인물 메디아의 심리를 과감하게 그려낸 에우리피데스의 고전은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 의해 동시대적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지난해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연출한 그는 고전 희곡을 오늘날의 무대에 맞게 완성도와 현대성을 갖춘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로버트 알폴디 연출은 “‘사랑’은 한없이 아름다워질 수도, 지독하게 끔찍해질 수도 있지만, 이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서로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이라며, <메디아>는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일 것이라고 전했다.
“메디아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이 관건”이라는 로버트 알폴디는 인간이라면 한번쯤 느낄 수 있는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릴 예정이다.
또한 한 편의 시 같은 의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 패션계의 거장 진태옥은 <메디아>에서 처음으로 연극 의상에 도전한다. 여기에 <겨울이야기>, <세일즈맨의 죽음>, <햄릿> 등 그간 여러 작품에서 협업해온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와 김창기 조명 디자이너가 가세해 현대적인 무대 미학을 구현한다.
영화 <더 킹>, 드라마 <가화만사성>으로 대중에게 익숙하지만,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아버지와 아들>, <코펜하겐> 등으로 늘 연극무대를 든든하게 지켜온 배우 남명렬이 메디아의 조력자격인 ‘아이게우스’역을 맡았다. 최근 제 53회 동아연극상에서 각각 연기상과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박완규가 메디아를 추방하려는 비정한 왕 ‘크레온’으로 분하고, 극단 양손프로젝트의 대표 배우로 활약 중인 손상규는 참혹한 복수의 결과를 전하는 ‘사자’역을 맡아 긴 대사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낸다.
또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이번 작품에 전격 발탁된 배우 하동준이 ‘이아손’을 맡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메디아를 배신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 배우 황연희 문경희 최지연 김광덕 김민선 김수연 정혜선 김수아김혜나 황미영 황선화 최아령 이은주 박선혜 최지혜가 나서며, 메디아의 아들로는 배강유, 배강민등이 출연한다.
연극 ‘메디아’는 2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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