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는 아직 시신 인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부검을 거친 시신은 가족들이 인도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마카오에 체류 중인 유가족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먼저 나서기 어려운 만큼 ‘속인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 시신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현지 기자들과 만나 북한 정부에서 시신 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히며 “어떤 외국 정부라도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청하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말했다.
다만 북한이 김정남 시신을 인도받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히드 부총리는 이날 “모든 경찰(수사)과 의학적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북한) 대사관을 통해 가까운 친족에게 이 시신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는다면 말레이시아 현지 또는 북한에서 장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으로 인도될 경우 북한 내부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두혈통’인 김정남 시신이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수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7시간에 걸쳐 부검을 진행한 말레이 당국은 빠르면 주말께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상황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샘플 분석에만 최소 이틀이 걸린다”면서 “이르면 내일(17일)까지 분석이 완료될 수 있다는 말이지만 금요일이 이슬람 주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발표는 그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부검 결과 발표를 앞두고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 VX가 쓰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VX는 인체에 흡수될 경우 뇌와 중추신경계를 손상시켜 10여분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물질이다. 말레이시아 매체인 더스타는 전날 체포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용의자의 가방에서 독성물질이 든 병이 발견됐다며 리신·테트로도톡신 등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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