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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실마리 푸는 ‘시간 결정’ 이론 구현

‘시간 결정’을 구현하는 개념도 /사진=네이처




공간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칭 깨짐’(symmetry breaking) 현상이 시간에 대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입증됐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9일자로 발간된 최신호에서 시간 결정을 구현한 실험 논문 2편과 이에 관한 뉴스 해설을 실었다. 이 중 한 편은 미국 메릴랜드대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 산하 연구팀이, 다른 한 편은 하버드대 논문으로 한국인 물리학도인 최순원·최준희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다.

공간적 주기성을 지니는 결정과 시간적 주기성을 지니는 시간 결정은 모두 ‘대칭’(symmetry)이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칭성은 원칙적으로 공간이나 시간에 따라 불변하는 형태를 지니지만 실제 자연계에서는 대칭 상태가 깨지고 비대칭이 되는 자발적 ‘대칭 깨짐’ 현상이 빈번하게 관측된다. 물을 예로 들면 액체 상태일 때는 분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어 어느 방향에서 봐도 대칭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음으로 변하면 분자들끼리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며 대칭성이 깨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바로 ‘시간 결정’ 이론이다.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MIT의 석좌교수 프랭크 월척이 2012년 처음 아이디어를 냈는데,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상태의 물질을 구현해야 하기에 난제로 꼽혔다.

하버드대와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다이아몬드와 이온을 각각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이온 덫’(ion trap)에 갇힌 14개의 이테르븀(Yb·원자번호 70) 이온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이용했다. 시스템 규모가 작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교적 쉽게 이론과 실험을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큰 규모의 규칙성을 입증하는 데는 미흡했다.



반면 하버드대 연구진은 다이아몬드에 존재하는 인공원자 백만 개에 마이크로파를 발사해 ‘시간 결정’의 진동을 최초로 관측함으로써 새로운 양자 역학적 물질 상태를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시간 결정’의 실현은 양자역학에서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시공간을 어떻게 이해할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미래의 양자 컴퓨터나 양자 정밀 계측을 위한 원천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 또 선택적으로 진동이나 빛을 조절해 레이저나 광섬유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실험을 주도한 최준희 씨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물질의 새로운 상태를 발견한 것”이라며 “시간 결정은 물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자발 대칭 깨짐’이라는 현상이 ‘시간의 병진이동’(time translation)에 관해서도 존재함을 보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희 연구원은 한성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를 2008년에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총장상을 받았으며,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후 도미해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최순원 연구원은 대전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도미했으며, 학업 도중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후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물리학과 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시간 결정’ 구현 논문을 낸 하버드대 물리학과 최준희(왼쪽) 연구원과 최순원(오른쪽) 연구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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