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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 시장논리 위에 포퓰리즘...국회 개혁 없인 경제회복 '공염불'

<1> 경제를 '정치놀음'서 벗어나게 하자

은산분리 반대·법인세 인상 등 경제발목 법안 봇물

효도5법 등 복지공약도 남발, 나라곳간 부담으로

경제체질 바꿀 규제프리존·서비스발전법도 낮잠

국회 변하지않으면 누가 대통령돼도 성장 정체 불보듯





삼성부터 현대차·SK·LG그룹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9대 그룹 총수들이 일제히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지난해 12월7일 외신들은 대서특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AP, AFP 등은 “삼성·현대차그룹 등 한국의 대표 재벌 총수들이 정치 스캔들 청문회에 불려 나와 진땀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우리 경제의 아픈 곳을 콕 찌른 곳도 제법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정경유착은 뿌리 깊은 관행”이라며 “이번 정치 스캔들에 재벌들이 연루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으로 이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얼마나 쉽게 정치에 흔들리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1분 1초를 다투는 경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정치의 눈치를 보면서 경영전략을 짜거나 경제의 발목을 잡는 법안을 막기 위한 로비도 해야 한다. 오죽하면 모 기업의 대표는 “때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정말 한국인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했을까. 기업을 정치 놀음에서 배제해달라는 얘기다.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대기업=옥죄야 하는 집단’이라는 프레임만 쫓다 보니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국회가 경제논리 위에서 노는 사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산분리 유지 주장이다. 이에 KT가 주도한 인터넷은행 ‘K뱅크’는 이달 중 문을 열자마자 ‘개점휴업’ 신세가 될 판이다. 초기자본금 2,500억원이 시스템 구축 등으로 바닥났기 때문이다. KT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의 4%(의결권 기준)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는 조항(은산분리)에 따라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에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주식을 34~50%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아 떠돌고 있다. 지난달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대출을 금지하는 전제를 달자고 제안했지만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논란이 된 상법개정도 마찬가지. ‘1주 1의결권’ 원칙을 무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5개 법안 통과를 추진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경제부처 전직 장관까지 나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만류한 끝에 불발됐지만 이번달 임시국회에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다수 대선주자가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도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전 세계가 저성장에 신음하는 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섰지만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세수가 부족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더욱 축소시킬 빌미만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마저 영등포 타임스퀘어 같은 복합쇼핑몰의 월 2회 휴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고 민간기업이 매년 정원의 3~5% 규모로 청년들을 채용해야 한다는 ‘청년의무고용제’도 논의하고 있다.

국회는 복지공약을 남발하며 국가 재정에 먹구름도 몰고 오고 있다. 국민의당이 최근 발표한 ‘효도 5법’이 대표적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중 75세 이상에게 ‘장수수당’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아 지원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디에 얼마가 필요하고 돈은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이 국고에서 지원한다고만 명시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대선 국면이 다가오며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재원조달 계획도 생략한 채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나라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법안도 국회는 외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자 지역별로 특화 산업을 지정(전남-드론, 대구-자율주행차 등)하고 해당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프리존특별법, 경제 성숙화에 따라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키우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개혁특별법, 노동개혁 5법 등은 발의된 지 수백일째 국회에서 먼지만 쌓이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들은 민심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4점 만점에 1.7점으로 조사 대상 17개 기관 중 꼴찌였다. 1위는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으로 각각 2.5점이었다. 강인수 원장도 “국회에서 법 통과 없이는 어떤 경제정책도 쓸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국회가 이전과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회의 변화를 촉구했다./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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