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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인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법인세 실제 부담자는 전국민

'부자 증세'식 접근 옳지 않아

세율 인하로 투자·고용 늘려

성장 통한 세수 증대 꾀해야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증세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현재 법인세 인상에 대한 유력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 일자리 주체인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지금, 법인세에 대한 진실을 알고 대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첫째, 법인세가 부자 세금이라는 시각은 잘못됐다. 법인과 법인소득·법인세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법인은 실체가 아니다. 돈을 투자한 주주들이 영업활동 목적으로 도입한 도관(導管)에 불과하다. 법인이 벌어들인 수익은 임금·이자, 재화 및 서비스 대가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주주가 배당으로 가져간다. 법인소득은 법인의 것으로 볼 수 없다.

법인세는 형식적으로 법인이 부담하는 것 같지만 실제 부담자는 법인의 수익 창출에 기여한 노동자·채권자·소비자·주주 등 모든 국민이다. 실제 세(稅) 부담자로 따질 때 법인세는 부자세금이 아니다. 그리고 법인소득이 배당되면 주주에게 소득세가 과세된다. 동일소득에 법인세와 소득세가 이중과세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주의 배당소득세를 계산할 때 법인세를 공제한다. 그러므로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대한 만큼 세수가 늘어날지도 불분명하다.

둘째, 법인세 부담이 낮다는 것도 오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3.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8%)을 웃돈다.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OECD 32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 호주, 룩셈부르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이런 여건에서 법인을 부자로 보는 포퓰리즘적 시각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정책은 조세이론, 세계 추세, 현실 적합성 등 모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야권은 법인세 인상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켜 일자리와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소탐대실의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법인세율을 내리면 세수가 줄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오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법인세수 통계를 보면, 세율을 인하할 경우 투자가 확대되고 경제가 활성화돼 세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난 1995년 28%에서 2015년 22%로 6%포인트(21.4%) 인하됐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법인세수는 8조7,000억원에서 45조원으로 오히려 꾸준히 늘어났다.



넷째, 법인세를 더 걷어서 복지 재원에 충당해야 한다는 오해다.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할 경우 증가하는 세수는 연 3조원 정도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주요 복지공약에 대한 추가예산 추정치는 22조7,000억원에 달한다. 저출산·고령화로 급증하는 복지비용을 땜질식 증세로 감당할 수 없다. 복지재원 마련 순서는 복지구조조정이 최우선이고 다음으로 부자를 중심으로 세원(과세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도 필요한 재원이 부족할 경우 세율 인상에 의한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 증세 방법은 소득세·부가가치세·법인세 중 어느 세목에서 어느 계층으로부터 얼마의 세금을 더 거둘 것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문제다.

다섯째, 법인세를 낮춰도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은 안 늘리고 사내유보금만 늘렸다는 오해다. 2008년 이후 30대 그룹의 투자는 연평균 5.2% 늘어났고 종업원 수와 인건비도 모두 증가했다. 사내유보금도 80% 이상이 설비·재고 등의 형태로 투자한 자산이며 법인세율 3%포인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는 2조6,000억원으로 사내유보금 증가액의 4.6%에 불과하다.

법인세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에 부과되므로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동일소득에 법인세와 소득세가 이중과세되기 때문에 조세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법인세율이 비율에 따라 내는 비례세에 가깝기 때문에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 이런 법인세의 특수성 때문에 세계 대부분 국가가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구촌 시대에 법인세에 대한 오해 때문에 한국만 세율을 인상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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