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은반과 작별을 고한 일본 여자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27)를 얘기할 때 김연아(27)를 빼놓을 수 없다. 아사다가 없인 김연아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은 어렸을 때부터 ‘동갑내기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며 아시아 여자피겨를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김연아는 ‘교과서 점프’, 아사다는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주니어 시절 엇비슷한 기량을 겨뤘다. 김연아가 각종 트리플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는 격차가 벌어졌다. 아사다는 2009년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김연아에게 패했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김연아의 벽을 절감했다. 아사다는 올림픽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여자선수 최초로 3차례의 트리플 악셀을 뛰며 개인 최고점인 205.50점을 받았지만 228.56점으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김연아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뒤 눈물을 쏟았다.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등을 장착하고 나선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좌절해야 했다. 아사다는 쇼트에서 55.51점이라는 최악의 점수를 받은 끝에 ‘노메달’로 물러났고 완벽한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판정 시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가 은퇴한 후에도 아사다는 2014년 세계선수권 1위에 오르며 올림픽 금메달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후 1년 넘게 휴식을 취하다 2015년 복귀, 2018년 평창 올림픽을 향해 다시 뛰었으나 전성기가 지난 기량은 하락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12월 일본선수권에서는 24명 중 12위로 추락했다. 최근 일본 여자피겨가 올림픽 출전권 2장을 얻는데 그친 것도 은퇴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독보적인 기량의 미야하라 사토코(19) 등 차세대 스타들의 성장세가 빨라 아사다가 상위 2명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아사다는 11일 자신의 블로그에 “일본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나를 지탱해준 목표와 기력이 사라졌다. 피겨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적었다. 일본 남자피겨 간판 하뉴 유즈르(23)는 일본 빙상연맹을 통해 “트리플 악셀이라는 고난도 기술을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꿈을 갖게 해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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