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7’의 부대행사로 23일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중국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디지털 혁명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쓴맛을 봐왔다며 청중석의 기업인들을 향해 “이 같은 우를 범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리옌성 4PX 고급부총재는 “예전의 중국 소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했지만 지금은 체험과 서비스·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소비자 니즈가 변한 만큼 기존 제조업 패러다임을 버리고 제조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사전에 실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재고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시장 전반에 일고 있는 디지털 혁명에 기인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모바일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유통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리 부총재는 “모바일 등을 필두로 한 디지털 경제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예전에 인프라가 없어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못한 중국 3∼5선 도시로까지 온라인 경제가 파고들며 소비력이 폭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신문·서울경제TV SEN과 함께 한중 비즈니스포럼을 공동 주최한 마케팅 회사 상해씨앤와이의 최보영 대표도 “지금 중국에서는 정보기술(IT)과 다양한 산업 분야의 융복합을 통해 소비 구조를 혁신적으로 고도화하는 생활밀착형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독창적인 신매체 및 이를 내세우는 중국 기업들과 협업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조연설과 주제연설에 이어 김도영 상해씨앤와이 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장추펑 레드페이지 대표, 하오셴웨이 산쿠 최고경영자(CEO), 선자웨이 무두커치 총감 등 패널들이 한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하오 CEO는 “중국의 수많은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서비스를 원한다”며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미니앱(샤오청쉬)을 통해 효율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사전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초청 기업과의 1대1일 개별 상담도 진행됐다.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분투하는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의 차녀인 김선미 제이에스티나 부장이 레드페이지·무두커치와의 상담에 참여해 왕훙(중국판 파워블로거) 마케팅 전략을 토론하기도 했다. 이번 개별 상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통화 이후 사실상 처음 열리는 양국 기업인 간 교류의 장이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축사를 통해 “양국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민간기업의 창의력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정·이지윤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