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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아니면 어때] "대기업에 입사해 일 배우는 시대 지났다"

[청년일자리 기획] <2회>

스타트업 운영하는 최종웅 전 LS산전 사장

청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자체 개발한 스마트 전력 계량기 ‘에너톡’을 들어보이고 있다./백주연 기자




“예전에는 청년들이 대기업을 가도 배울 수 있는 일이 많았어요. 한창 도전정신을 갖고 기업들이 성장할 때였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활발히 했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에서 직장인들에게 제대로 된 커리어를 키울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대기업은 정말 손에 꼽습니다. 대기업을 퇴직한 동료나 주변 임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집에서 놀고 있는 현상이 이러한 현실을 극적을 보여주죠.”

◇ “경쟁력 있는 인재 되려면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낫다”

대기업 CEO는 모든 샐러리맨의 꿈이자 최종 목표다. 그렇다면 CEO들은 대기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는(전 LS산전 사장은)은 한 기업에서만 30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사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최근 들어 틈만 나면 청년들에게 대기업이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일까.

최 대표는 ‘대기업 같이 큰 조직에 갈수록 체계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단언했다.

“과거에는 대기업에서 일을 배우고 경쟁력을 쌓기에 좋았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어느 곳에서든 희망하는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려면 스타트업이 훨씬 낫습니다”

실제로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높은 임금과 복지 등이 가장 큰 이유로 작동하지만 대기업을 가야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한 몫 한다. 작은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적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그는 이것이 오해라고 말했다. 일을 배운다는 개념을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에서는 조직 전체를 보는 시각은 키울 수 있지만 자기 혼자서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구조적으로 양성돼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특히 전체를 아우르는 완성형 인간으로 가려면 사장이 돼야 하는데 대기업에서 사장이 될 확률은 1만분의 1입니다. 하지만 사장이라고 해서 완성형 인간인 것도 냉정히 말해서 아니죠. 과장이면 이미 관리자가 돼서 배워서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일을 하게 되는 게 현실이죠. 실제로 대기업 임원들이 회사를 나오면 2년 동안 예전 임금 50%를 받고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데 그 기간에 새로운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제 밑에 있던 임원들도 지금 다 매일 등산하고 있습니다(웃음). 경쟁력이 없어서 재취업이 대부분 안 되는 거죠. 그게 대기업의 현실이에요”

◇ 해외 청년들은 기업 규모에 얽매여 구직활동 하지 않아

취업 역시 맹목적으로 주변 시선을 따르기보다는 자기 주도적인 관점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 대학의 청년들은 기업 규모에 얽매여 구직 활동을 하는 경향이 훨씬 덜하다는 것.

“얼마 전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해 미국 지사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직군으로 2명을 뽑았는데 약 70명이 지원했습니다. MIT, 콜럼비아, 카네기멜론 등 출신 대학도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아직까지 인코어드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지 않았지만 에너지 관련 빅데이터 서비스 분야 자체가 세계적으로 희소하다보니 도전하고 싶은 매력을 느껴서 이들이 지원한 것이죠”



이처럼 해외 인재들은 잡 시장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국내 인재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등 국내 기업들의 근로 환경 역시 급변하는 것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에서 정년이 무너진 것은 오래전이고 회사 경쟁력 유지 등을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이 갈수록 강화돼 조기 퇴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즉 아무리 번듯한 대기업이나 대형 은행이더라도 평생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

◇‘평생직장’ 개념 사라진 지 오래… 배울 수 있는 회사 찾아다녀야

실제로 그는 과거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승진 제도를 대폭 바꿨다. 예를 들어 대리를 과장을 거치지 않고 차장으로 발탁하거나 과장은 차장을 거치지 않고 부장으로 되는 인사 혁신을 단행한 것. 계급 정년제도도 도입했다. 가령 차장에서 부장으로 갈 때 3년이 소요된다면 이에 2배가 되는 기간까지 승진에 실패한다면 회사를 나가야 되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대신 공정성 강화를 위해 출신 학교 등은 평가 요소에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내부 직원들의 강한 반발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조직의 미래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결단이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이러한 경향이 우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평생 직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배울 수 있는 직장을 찾아다니는 것이 요새 시대에 어울리는 패러다임입니다. 그게 더 능력있는 것이죠. 실제로 예전에 해외 투자자들에게 내 이력서를 보여줬더니 한 회사에서만 30년 일하면서 사장까지 했음에도 오히려 경쟁력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현실이죠”

입사하면 이른바 별이라 불리는 임원의 세계도 메리트가 계속 떨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때 협력사나 경쟁사에서 임원을 스카웃해가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들어 그런 사례도 대폭 줄었고 오히려 소속 회사 정보만 빼먹고 3년 안에 내보내는 게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 입사의 비전과 메리트가 떨어진다면 청년들은 어떤 대체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까. 어떤 길이든 장단점이 있지만 정말 커리어에 욕심이 있고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오히려 스타트업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고 그는 추천한다.

“20, 30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험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 일해야 하는 시기죠. 스타트업 중 뛰어난 인재로 구성된 곳은 일을 배우고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실제로 인코어드는 아직 초창기 기업이지만 국내 굴지의 사모펀드 매니저, 삼성전자 연구원 등 국내외 최고 수준의 인력으로 뭉쳐진 ‘맨파워’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 어울리고 성장할 수 있는 인재는 어떤 유형일까. 그는 한 가지라도 뚜렷한 나만의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채용 사례를 예로 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유투브에서 우연히 로봇 관련 영상을 봤습니다. 한눈에 봐도 정말 뛰어난 인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수소문했더니 알고 보니 지방대 출신이었죠.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채용 제안을 했습니다. 청년들이 너무 겁을 먹지 않았으면 해요. 나만의 특별한 무기가 있으면 이 회사가 안맞으면 다른 회사를 가면 되는 것이죠” /박진용·백주연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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