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 5월 미국 판매가 11%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주요 15개 브랜드 중 가장 큰 감소 폭으로 미국 시장점유율도 뒤처지는 모습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 시장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기아차는 5월 미국에서 총 11만8,518대를 판매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005380)가 6만11대로 15.5% 급감했고 기아차가 5만8,507대로 7%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 폭은 주요 15개 브랜드 중 가장 컸다. 특히 5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0.5%만 줄었고 현대·기아의 경쟁상대인 닛산(3.1%)이나 혼다(0.9%), 스바루(12.1%)의 판매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싼타페가 33.2% 감소했고 엘란트라(아반떼)는 22.2% 줄었다. 쏘나타(-20.6%), 제네시스 G80(-45%) 등 대부분 차종이 안 팔렸다. 다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43.8%)의 판매량이 크게 늘고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EQ900’도 398대로 3배 가까이 증가한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기아차는 프라이드가 47%, 쏘울이 23% 줄었다. 스포티지(-18.2%)나 쏘렌토(-12.5%) 등 SUV 역시 판매가 급감했다. 그나마 소형차 포르테(K3)가 19%, 준대형 세단 카덴자(K7)가 12% 늘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주요 모델의 노후화가 가장 큰 이유다. 현대차 아반떼나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경쟁사들이 대규모 프로모션에 나선 점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의 5월 시장 점유율은 7.8%로 2015년 5월(7.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 누적 점유율은 7.6%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0년 이후 최저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주력 차종들이 동시에 부진한 모습”이라며 “현대차의 ‘코나’나 기아차의 ‘스토닉’ 등 신차 출시가 시급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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