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의회청문회에서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했다고 증언해 화제다. 이때 언급된 ‘로열티(loyalty)’라는 단어가 현지 언론에 많이 거론되고 있다. 패션 비즈니스 마케팅에도 많이 사용되는 익숙한 단어의 하나이다.
흔히 브랜드 충성도로 일컫는 ‘브랜드 로열티(brand loyalty)’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반복적인 구매를 확약받는 의미로 브랜드 마케팅에서 우선순위에 놓인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브랜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시장이 레드오션화하고 소비절벽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로열티(loyalty)의 높고 낮음은 브랜드의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모든 회사가 이에 초점을 맞춘 나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로열티와 우리 발음으로는 구분이 안 되지만 또 다른 용어인 ‘로열티(royalty)’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된다. 패션 비즈니스에서 국내 자체 브랜드는 ‘NB(National Brand)’로, 라이선스 브랜드는 ‘LB(License Brand)’로 통칭된다.
다른 산업군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LB의 경우 국내외 라이선스 제공자로부터 디자인 또는 상표 등 권한을 이양받아 계약 조건에 따른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왕권’의 의미도 갖고 있는 ‘사용료’라는 의미의 로열티(royalty)는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간주된다.
이렇듯 분명 발음과 의미가 다른 두 단어임에도 이 단어들은 ‘로열티’라는 하나로 표현된다. 그러고 보니 로열티를 지불하는 라이선스 비즈니스에서 또 다른 미묘한 관계를 볼 수 있다. 즉 라이센서(licensor)에 대한 로열티(loyalty)이다. 계약 조건을 준수하는 것을 로열티(loyalty)의 또 다른 의미인 성실함·충실함으로 봐야겠지만 이것이 왜곡되거나 부족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계약 기간 만료 후 재계약이 원하는 대로 안 되거나 기간 중이라도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은근한 충성심이 필요한 모델이라 로열티(loyalty) 없는 로열티(royalty) 비즈니스는 상상하기 어렵다.
‘l’과 ‘r’의 우연. 처음 얘기로 돌아가면 ‘부동산 사업으로 많은 ‘로열티’ 수입을 올린 미국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로열티’를 요구했다’고 한다. ‘l’과 발음이 다른 ‘r’의 구분을 위해 이제는 우리말 표기를 ‘ㄹ로열티’로 바꾸자는 최근의 학자들의 주장이 더 와닿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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