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일자리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업무지시가 일자리 위원회 구성이었는가 하면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는 첫 현장방문으로 일자리 우수 기업을 택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를 놓고 여야 줄다리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까지 나서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정부 여당이 일자리 문제에 팔을 걷어 부쳤지만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는다.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문제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예산을 늘린다고, 당장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탓이다. 추격자로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을 이어왔던 한국은 후진적 성장 전략을 탈피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여있다. 앞으로 어떤 미래 먹거리로 성장을 이어갈 것인지 성장 로드맵이 우선 마련돼야 그에 맞춰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체질개선에 나설 수 있고 이 문제는 인력구조 재편과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문제는 일자리 문제의 첫 단추인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답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한 국내 대표 미래학자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와 제롬 글렌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의 신간 ‘일자리혁명 2030’의 표지에는 “미래 일자리 중 60퍼센트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는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의 인터뷰 내용이 적혀 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전망은 넘쳐난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발표된 한 보고서는 로봇 한 대가 인간 노동자 1,000명의 임금을 0.25~0.5% 떨어뜨리는데 이에 따라 로봇 한 대가 산업현장에 추가될 때마다 고용이 5.6명 줄어든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책 속 인터뷰에서 프레이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다. 2030년까지 20억 개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이 말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기존의 일자리가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된다는 얘기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미 세계는 ‘프리랜스 사회’로 변화했다. 이미 일자리의 36%가 프리랜서로 채워졌고 이 숫자는 2020년까지 40~50%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결국 사람들은 한 직장에 고용된 상태가 아닌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를 수행하고 거주지 역시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전하게 된다. 2030년이 되면 사람들은 일생 동안 여섯 번 정도 직업을 바꾸게 되는데 이 같은 흐름은 대학 중심의 교육제도를 마이크로 칼리지 중심의 평생교육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19세기 초반에는 광범위한 주제를 공부하는 대학만이 고급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3개월간 신속하게 기술을 습득하고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마이크로 칼리지 중심의 교육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있을까. 책에서는 최근 국가 수업 과정을 ‘현상 기반 접근 방법’이라는 모델로 바꾼 핀란드의 사례를 든다. 저자에 따르면 핀란드는 2020년까지 전통적인 수업 과정이 의사소통 능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력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대체되며 이는 느리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낡은 교육을 대체할 것이라고 소개한다. 1만5,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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