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본질은 익숙함과 낡음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새로움을 경험하고 다시 출발한 곳으로 복귀하는 데 있습니다. 여행에서 얻은 새로움으로 일상의 익숙함을 활기차게 바꾸고 낯설게 바라보게 해 줄 때 비로소 여행의 가치가 살아나게 됩니다.”
오는 26일 IT벤처기업 지니언스에서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강연을 앞두고 있는 문요한(사진) 정신경영아카데미(정신과 전문의) 대표는 “도시화로 캐빈 피버(cabin fever) 증후군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질서로부터의 일탈을 도모해 자유를 만끽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직장인을 위한 인문학 강연 프로젝트로 올해로 2회째다.
캐밴 피버(cabin fever)는 2002년 일라이 로스 감독의 호러영화에서 따 온 용어로 사람들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갇혔을 때 과민성 불안감, 부주의 등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의미한다. ‘여행인문학-떠나야 만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문 대표는 캐빈 피버 증후군 방지법으로 여행을 권했다. 그는 “여행은 이제 현대 도시인들에게 여가활동이 아니라 생존활동”이라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여행산업만 호황을 누리는 내면을 들여다보면, 제한된 공간 속에 갇혀있는 현대인이 자신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자구책”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어 “현대인은 도시 속에서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각자 제한된 공간 속에 갇혀있는 형국으로 캐빈 피버 증후군에 노출되기 쉽다”면서 “야생동물들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지만, 동물원에 갇힌 채 살아가는 동물들은 정서불안으로 이상행동을 보인다. 현대의 도시를 거대한 창살 속에 갇혀있는 ‘도시 동물원’에 비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인간은 정서적 불안증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여행의 본질을 잊어버리면 ‘여행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문 대표는 “여행은 중독이 아니라 몰입이 되어야 한다. 중독은 행위 그 자체만 즐거운 것으로 단정지어 다른 일은 외면해버리게 되지만, 몰입은 새로운 체험에 빠져 즐거움을 얻고 그 느낌을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와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면서 “여행에 몰입하여 즐기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단조로운 일과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적극적인 삶을 꾸려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여행을 강조하는 데는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늘 미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2014년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선포하고 1년간 여행을 떠난 게 계기가 됐다. 문 대표는 “안식년을 섣불리 떠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정년퇴직 하고 2라운드 인생을 준비하는 중년, 군을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청년 등 인생의 전환기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치유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동하지 않고 걷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정신질환이라는 문명병을 고치는 자연치유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안식년이 끝난 후 그는 ‘여행하는 인간’(해냄 펴냄)을 출간했으며, 올해 한 책 한 도시 읽기 운동으로 ‘원북 원 부산(One Book One Busan)‘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도서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민 인문학 프로젝트인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독서경영우수기업과 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중 올해는 24개 곳을 찾아가 문학·역사·신화·고전, 여행과 힐링, 경제·경영 등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의를 풀어낸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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