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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스테이지] '고전 뮤지컬'의 진화…당신의 자리까지 우리의 무대죠

캣츠,고양이들의 객석 출몰 잦아지고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 뒷모습 선봬

록키호러쇼는 관객과 단체 율동까지

무대·객석 좁히는 팬서비스 잇달아

"고전인데도 볼 때마다 새롭다" 호평

지난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뮤지컬 캣츠는 영국 웨스트엔드 버전을 바탕으로 한 리바이벌 버전이다. 새 버전에서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는 힙합 버전으로 바뀌었지만 국내에선 허리 돌리기 춤이 일품인 록(Rock) 버전 럼 텀 터거 캐릭터를 고수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캣츠’의 국내 내한공연이 한창인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년에 단 한 번뿐인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가 막을 올리고 고양이들의 이름 속 비밀을 알려주는 넘버 ‘네이밍 오브 캣츠’가 시작되자 고양이들이 하나둘 요염한 자세로 무대를 내려온다. 고양이들이 객석 사이 사이에 자리를 잡자 이들의 섬세한 분장과 의상, 때로는 앙큼하고 때로는 요염한 자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11일 막을 올린 리바이벌 버전의 캣츠에서 고양이들은 이전 버전보다 더 자주, 더 가까이 객석에 출몰한다. 어디에 앉든 방심할 수 없다. 공연 중은 물론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에도 객석에 난입한 고양이들은 볼을 살며시 떨며 ‘그르릉’ 소리를 내거나 느리게 눈을 깜빡이는, 특유의 ‘눈 키스’까지 디테일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미 수십번 ‘캣츠’를 관람한 관객마저도 “캣츠는 볼 때마다 다르다”는 평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양이들의 객석 출몰이 더욱 잦아진 리바이벌 버전의 캣츠. 고양이들의 의상과 분장도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점이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이미 국내에서 아홉 차례나 무대에 올려진 ‘캣츠’는 고전 뮤지컬의 대명사다. 고전의 단점은 식상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쉽게 뜯어고칠 수도 없다. 수십년간 사랑받은 고전에 잘못 손을 대면 기존 팬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이번 무대는 2014년 런던 웨스트 엔드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새롭게 선보였던 버전에 미국, 호주 등에서 공연된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장점만을 모은 아시아 최초 리바이벌 버전으로, 일찌감치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음악이나, 스토리, 캐릭터 등 작품 뼈대만 보면 큰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일부 해외 프로덕션에서는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의 노래를 록(Rock) 대신 힙합 버전으로 바꿨다고 하지만 국내 무대만큼은 기존 팬들을 의식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작품을 본 관객들은 변화를 느낄 수밖에 없다. 마니아 관객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의 특성을 반영, 이들의 입맛에 맞춰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는, 영리한 진화 방식을 택한 탓이다. 뮤지컬 캣츠의 프로듀서를 맡은 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는 이를 두고 “고양이들과 관객의 스킨십을 대폭 늘리고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어 변화를 꾀했다”고 표현했다.

뮤지컬 ‘캣츠’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인 ‘메모리’의 주역 그리자벨라. 리바이벌 버전에서는 의상과 분장이 모두 바뀌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같은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뮤덕(뮤지컬 마니아를 이르는 은어) 공연의 원조인 만큼 팬 서비스도 한층 진화했다. 우선 녹색의 조명이 무대부터 객석 천장까지 차례로 밝히며 막이 오른다. 객석까지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이때부터 사방에서 고양이들이 출몰한다. 유연한 허리 돌리기로 정평이 난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는 객석으로 뛰어내려 관객과 춤을 추고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는 아예 객석 뒤에서 등장해 무대로 걸어 올라가는가 하면 인터미션 시간을 활용해 관객들과 포옹까지 한다. 공연 중간에도 고양이들은 객석을 통해 등·퇴장을 하는 등 출몰은 더욱 잦아졌다. 복도가 넓고 경사가 완만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고양이들의 객석 출몰이 더욱 잦아진 리바이벌 버전의 캣츠에서 제니애니닷의 검비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젤리클석(고양이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복도 자리)에 앉은 관객들뿐만 아니라 객석 2~3층에 앉은 관객들까지도 공연 중간이나 인터미션 때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관객의 가방을 뒤지는 시늉을 하는가 하면 어린이 관객들에게 다가가 볼을 비비기도 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등을 긁기도 한다. 일부 관객들은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고양이 머리띠나 공을 준비할 정도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영상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대응하고 경쟁하려면 무대는 현장성과 관객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관객서비스는 현장 예술로서 뮤지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인 탓에 영상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관객들의 백스테이지 투어를 이끌 빌리 로먼 역의 에녹 /사진제공=CJ E&M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한 고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도 관객 서비스를 통한 진화의 흔적이 엿보인다. 다음 달 5일 서울 신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아예 출연 배우와 함께 무대 뒤 세트와 소품을 살펴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투어 패키지를 내놨다. 시골 출신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뉴욕 브로드웨이 스타가 되는 과정을 주 내용으로 뮤지컬 전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일명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투어를 이끄는 배우는 빌리 로러 역의 에녹과 전재홍으로, 극 중에서 브로드웨이 최고의 미남 테너인 빌리는 배우의 꿈을 품고 오디션장을 찾은 페기 소여를 곁에서 도와주는 역할이다. 공연 직후 이어지는 투어를 통해 관객들로서는 마치 페기 소여가 된 것처럼 빌리의 도움을 받으며 뮤지컬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관객들과 다같이 타임워프댄스를 추는 뮤지컬 ‘록키호러쇼’ 배우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9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콜백(Call Back)이라 불리는 특별한 관람 문화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새로운 고전’으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됐다.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기준으로 44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국내에선 ‘관객이 완성하는 뮤지컬’로 진화하며 흥행신화를 만들었다. 가령 폭우 속에서 길을 잃은 남녀 주인공이 가방에서 신문을 꺼내 비를 피하는 장면에선 관객들이 다 같이 신문으로 머리를 가리고 사방에서 뿌려지는 물줄기를 피한다. 관객들은 미리 손전등, 고무장갑 등 소품을 준비하고 정해진 장면에서 함께 손전등을 비추거나 무대 위로 빵을 던지기도 한다. 기획사에서는 콜백에 필요한 준비물을 모아 세트로 판매하기도 했다. 압권은 관객들이 다 같이 일어나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타임워프댄스’를 추는 부분이다. 공연 중간과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이 정해진 율동을 하며 함께 춤을 추는데, 관객 열기에 신이 난 배우들은 예정에 없던 애드리브나 앙코르곡을 선보이며 콘서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공연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연은 같은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관객은 물론 다양한 공연 관람 경험을 가진 마니아층의 비중이 높고 관람 태도 역시 적극적인 편”이라며 “급격한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고전 작품일수록 관객 서비스 같은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하는데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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