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장본인인 최순실씨가 자신과의 관계를 부정한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법정 진술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며 해당 부분을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공판에서 “최씨 변호인이 이재용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이뤄진 피고인 신문 녹취서를 ‘문서송부 촉탁’ 신행했다”고 전했다. 문서송부 촉탁은 법원이 특정 사건과 관련한 기록·문서를 보내달라고 다른 기관이나 재판부에 요청하는 절차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필요한 서류를 확보하기 위해 재판부에 문서송부 촉탁을 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삼성 임원들의) 피고인 신문 내용 중 최씨의 주장을 입증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이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최씨 측은 신문 내용을 검토해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할지 판단할 계획이다.
삼성 전직 임원들은 피고인 신문에서 최씨가 애초 6명의 유망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정유라씨를 끼워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여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들은 최씨나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내용의 청탁도 하지 않았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씨 일가의 존재나 승마 지원 사실조차 몰랐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최씨가 그간 자신의 재판에서 편 논리와 일부 맥을 함께 한다. 최씨는 부정 청탁에 개입하거나 삼성에 후원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최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차장(사장) 등의 피고인 신문 녹취서를 보내달라고 같은 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에 요청키로 했다. 다만 이 부회장 사건 재판부가 피고인 신문 내용을 문서 형태인 녹취록으로 만드는 데까지는 1~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김낙회 전 관세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 지정한 것은 청와대 지시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이 ‘관세청은 롯데와 SK그룹 특혜 논란 등을 우려했으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 지정 계획이 없었는데 청와대 지시로 진행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그는 “맞다. 특혜 논란 때문에 우리(관세청)가 정하기는 어려웠다”고 답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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