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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다시 볼만한 영화 '내 사랑']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담백한 러브스토리





영화 ‘내 사랑’에는 “사랑한다”라는 그 흔한 대사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조차도 이들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서로를 바라볼 뿐이며,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저 “나는 사랑받았다”라고 말할 뿐이다. 또 제목처럼 ‘내 사랑’이라는 낯간지러운 애칭으로 상대방을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는 여자에게 거칠고 무뚝뚝하며, 여자는 주눅이 들어있을 뿐 애교는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랑한다’는 말로 사랑을 확인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라지만 러브스토리라기에는 담백한 이 영화가 계속될수록 여자와 남자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렸을 때 관절염을 앓아 절름발이로 살아가는 모디(샐리 호킨스)는 엄마가 죽자 숙모에게 맡겨진다. 이미 성인인 모디지만 다리가 불편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숙모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디는 주말에 클럽에 가고 숙모는 모디에게 조신하지 못하다며 억울한 소리를 한다. 모디가 클럽에 가는 건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을 숙모는 알지 못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모디는 오빠 찰스가 숙모 집에서 자신을 데리고 집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독립을 결심한다. 그리고는 생선장수 에버렛(에단 호크)의 가정부로 취직을 한다. 취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몸이 불편한 모디를 가정부로 고용하기에는 미덥지 않았던 에버렛은 모디를 그냥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에버렛의 집에 남게 된다. 난생 처음 바깥 생활이자 사회생활을 시작한 모디는 서툴기만 하고 에버렛은 이것이 답답해 “당신은 이 집에서 나, 개, 닭 다음의 서열이야. 나는 내 뒤치다꺼리 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지, 내가 뒤치다꺼리를 할 생각은 없어. 나가.”라는 모욕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마을 사람들은 모디가 에버렛의 ‘성노예(love slave)’라는 따가운 시선도 보낸다.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모디는 살림을 배우고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며 취미인 그림으로 집안을 장식한다. 모디는 사람, 동물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림에 담고, 에버렛의 집에는 점점 온기가 돌고,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모디와 에버렛이 사는 마을에 뉴욕에서 한 여성이 머물게 되고, 모디의 그림의 예술성을 눈여겨 본 그를 통해 모디는 유명한 화가가 된다. 모디가 유명해질 수록 에버렛은 자신이 초라하다는생가가을 떨쳐 버릴 수가 없고, 마침내 사랑한다면 수반되는 감정인 상대방이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마침내 에버렛은 “사랑한다”라는 말 대신 “나보다 당신은 나은 사람이니까. 그러니 나를 떠나지 마”라며 처음으로 모디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다. 이에 모디는 역시 “사랑한다”는 말 대신 “못 떠나. 당신과 함께라면 바랄 게 없어요”라고 답한다. 모디와 에버렛의 사랑은 바로 이런 모습인 것. 어쩌면 사랑은 이처럼 서로의 곁에 항상 있고 싶은 마음이지 “사랑한다”라는 말과 ‘사랑’이라고 규정한 감정이 다가 아닐지 모른다.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의 실화가 바탕이 된 이 작품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에이슬링 월쉬가 메가폰을 잡았다. 월쉬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인 ‘핑거스미스’의 영국판 드라마를 연출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색다른 로맨스를 선보이는 연출력과 당시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풍경화 같은 색감으로 ‘마스터 필름 메이커’라는 극찬을 받았던 월쉬 감독의 감각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내 인생 전부가 액자 속에 담겨있다“라고 했던 모드의 말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모드가 평생 창 밖을 바라보며 그림으로 표현했을 캐나다의 작은 시골 마을의 풍광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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