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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조정 -반대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현재 만 65세 이상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연령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전국 도시철도공사와 지자체들은 무임승차를 만성 적자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을 제외한 전국 도시철도에서 발생한 당기순손실 8,395억원의 66%가 무임승차에서 비롯됐다. 고령화에 따른 노령인구 급증으로 지하철 적자 규모가 감당할 수준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연령기준 상향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임승차 연령기준 상향 찬성 측은 1980년대에 정한 연령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마땅하고 무임승차 대상도 시간대별·소득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사회적 약자의 교통 기본권이 지켜져야 하며 현재 무임승차에 따른 직간접적인 사회경제적 편익이 도시철도의 기대수익 감소분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65세 연령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실체가 동일하더라도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에 따라 일반 대중의 인식과 반응이 달라지므로 ‘이름 짓기(naming)’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하청 업체’를 ‘협력 업체’로, ‘혼혈인 가족’을 ‘다문화 가족’으로 부르는 것은 우리가 인지하는 왜곡된 이미지와 이에 따른 잘못된 편견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65세 이상 도시철도 무료 이용’과 같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정책은 이름 짓기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의 무임승차 제도는 지난 1991년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시행되다 보니 ‘경로 무임승차 제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이것이 ‘무임승차 대상 연령’ 논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주장들의 대부분은 ‘100세 시대를 맞아 65세는 노인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 정의에 대한 인식 변화는 무임승차 제도의 근본 취지와 이 제도가 갖는 핵심적인 사회경제적 가치와는 관련이 없다.

우리나라의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7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지하철 요금 50% 할인’에서 시작한 이래 점진적 확대를 통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수준의 교통복지 및 대중교통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철도의 나라라는 이웃 일본의 경우도 70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할인율을 차등적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우수한 무임승차 제도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효과는 대표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포용적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교통기본권 강화에 기여한다. 2010년 추진된 ‘교통기본법’에서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교통권, 신체적·사회적·경제적·지역적 여건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갈수록 빨라지는 은퇴 시기와 노년층 일자리 감소로 인한 노년층 빈곤율이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적 약자에게 경제활동의 필수 요소인 최소한의 통행수단이라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수도권만 보더라도 도시철도가 발달한 서울과 일부 지역에서만 도시철도 이용이 가능한 경기도는 무임승차 수혜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교통기본권의 형평성 강화를 위해 무임승차를 가장 보편적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로 확대하고 적용 대상도 청소년과 취업준비생까지 넓히는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대중교통 중심 사회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기본 요소로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교통정책의 최우선 가치다. 도시철도망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기도와 인천의 경우도 2015년 기준 승용차 통행분담률이 각각 52.4%와 47.9%로 도시철도의 8.4%와 10.8%에 비해 훨씬 높다. 상대적으로 도시철도 이용이 편리한 곳에서도 외면당하는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무임승차 제도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현재 도시철도의 평균 혼잡도는 50% 이내로 무임승차로 인한 혼잡비용 증가나 추가 운송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무임승차에 대한 한계비용은 제로에 가깝다.

셋째, 대표적인 생산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주된 비판은 엄청난 비용 투입에 비해 효과는 미미한 단순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임승차는 경제성이 이미 검증된 생산적 정책이다. 관련된 연구에서 밝혀진 바대로 65세 이상의 무임승차에 따른 직접적인 사회경제적 편익만 보더라도 의료비 절감, 자살 및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절감, 기초수급생활 보장 예산 절감, 도시관광 산업 활성화 등 다양하다. 그 밖에 간접적 편익들을 제외한 직접 편익만을 고려할 때 2008~2012년 65세 이상 무임승차 편익의 화폐가치가 연간 1,989억~2,270억원에 달해 같은 기간 전국 도시철도기관의 ‘무임 승객에 대한 기대수익’ 감소분인 연 1,094억~1,332억원을 훨씬 웃돈다. 1.33~1.97 수준인 비용편익 비율은 우리나라에서 지난 10여년간 추진된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들의 경제성 추정치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마지막으로 무임 대상 축소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일부 시민들이 돌아봐야 할 팩트가 있다. 도시철도 사업은 운영수지를 분석하는 재무적 타당성을 전문 국가연구기관에서 검토해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높은 무임승차 비율로 최근 논란에 휩싸인 신분당선과 우이 신설 경전철의 경우도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해당 지자체와 관련 기관은 운영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제 와 무임 승객 때문에 운영이 어려우니 무임 대상을 축소하자는 것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달라지는 마음’과 다를 바 없다. 지금도 자기 동네에 우선 도시철도를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주민·지자체 및 관련 기관들은 무임승차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여긴다면 값비싼 도시철도 대신 저렴하고 효율적인 버스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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