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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영화제목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해피 데스데이’로 되짚는 ‘유형별 제목’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이색 영화제목 역사’에 방점을 찍었다. 11월에는 ‘해피 데스데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올해는 물론, 근 몇 년간의 개봉작 중 가장 독특한 제목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감독 츠키카와 쇼)가 화제성과 흥행을 동시에 꽉 잡았다. 지난달 25일 개봉해 국내에서만 어느덧 43만 누적관객수를 돌파했다. 이는 2014년 개봉작 ‘주온: 끝의 시작’의 누적관객수 41만 644명을 뛰어넘는 기록으로, 최근 10년간 국내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스코어를 달성한 것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이미 앞서 동명의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인터넷 소설 투고를 한 작가 스미노 요루는 사이트에 올라온 수많은 소설들 중 독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이 같은 제목을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파격적이고 기괴한 느낌으로 기함을 자아냈지만, 곧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는 순간 기가 막히게 의미가 함축되는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최근 새롭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치고 올라온 ‘해피 데스데이’는 지난 8일 개봉해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해피 버스데이’를 비틀어 서로 모순되는 ‘해피’와 ‘데스데이’를 붙여 만든 이 제목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했고, 미스터리 호러에 코믹 요소가 섞인 장르로 제목에 설득력을 갖췄다.

보통 영화들은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인식하기 좋을만한 제목을 뽑으려 머리를 싸맨다. ‘제목빨’이 흥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목이 곧 영화 이미지의 반은 먹고 들어간다.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짧고 강렬하거나 익숙한 단어를 활용해 제목을 짓는 것. 반면 이질적이고 의문스러운 제목이 관객의 시선을 이끄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처럼, 영화도 극장 간판에서 내려오면 적어도 제목은 남긴다. 지금까지 영화들 중 문득 떠오르는 이색 작품명은 무엇인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그 작품의 이름은 당신의 뇌리에 각인된 것이다. 그만큼 강렬하고 독특한 제목의 영화들을 크게 여섯 유형으로 나누어볼까 한다. 공감형, 비속어형, 민망형, 숫자형, 장문형, 의문형이다.



‘공감형’으로는 학교, 직장을 향한 하소연의 투가 눈에 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각각 학생, 직장인들의 입장을 대변한 어구형 제목이다.

‘비속어형’은 발음에 유의해야 한다. 동음이의어가 전하는 위트, 시대를 대표하는 유행어를 엿볼 수 있다. 90년대 오렌지족을 소환하는 ‘짱’, 백승기 감독의 C급 표방 영화 ‘숫호구’와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청소년기의 성장담을 그린 ‘지랄발광 17세’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가 있다.





비속어형 못지않게 얼굴 붉어지는 ‘민망형’도 있다. 이미 화제를 모은 ‘색즉시공’ ‘몽정기’ ‘음란서생’ ‘왕의 남자’ ‘나의 PS 파트너’ ‘색, 계’를 포함해 최민수-박선영 주연의 ‘가슴 달린 남자’, 이상우 감독 연출과 주연의 ‘나는 쓰레기다’, 엽기 코믹 호러의 B급 무비 ‘엉덩이 요정 마일로’다.

특정 숫자로 상징을 드러낸 ‘숫자형’도 굉장히 많다. 1957년 고전작 ‘12인의 노한 사람들’,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의 역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좀비물의 신기원 ‘28일 후’ ‘28주 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승리를 담은 ‘127시간’, “스파르타”를 외친 전사의 수 ‘300’, 호텔 룸 넘버이자 공포공간인 ‘1408’, 나열만으로 섬뜩한 ‘4.4.4’, 인류 멸망을 가정한 해 ‘2012’ ‘세상의 끝까지 21일’, 특정 공간을 일컬은 ‘디스트릭트 9’ ‘8마일’,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의 ‘초속 5센티미터’, 사랑을 터득한 기간의 ‘500일의 썸머’가 있다. ‘숫자형’ 제목은 ‘넘버 3’ ‘8월의 크리스마스’ ‘긴급조치 19호’ ‘1번가의 기적’ ‘시실리 2km’ ‘7번방의 선물’ ‘스물’ ‘7호실’ 등 한국 영화에도 많이 있다.



암기력 시험하는 ‘장문형’으로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26자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등장인물과 헷갈리기 십상인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이 있다.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총 27자로, 국내 영화 중 가장 긴 제목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한 번에 외우기 힘든 제목들이다.

어디서도 쉽게 접하지 못한 어휘 혹은 패러디 등 엉뚱한 표현의 듣보잡형 ‘의문형’으로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친절한 금자씨’ ‘달콤, 살벌한 연인’ ‘미술관 옆 동물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김종욱 찾기’ ‘방가? 방가!’ ‘말아톤’ ‘므이’ ‘잉투기’ ‘광식이동생광태’ ‘워낭소리’, ‘돼지 같은 여자’,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하하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대표 한국 작품.

외화로는 ‘사토라레’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안경’ ‘천공의 성 라퓨타’ ‘메멘토’ ‘너의 이름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 ‘초 민망한 능력자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모아나’ ‘예수 vs 좀비’ ‘R.I.P.D’(Rest in Peace Department) ‘수면의 과학’ ‘그것’, 주성치의 ‘소림축구’ ‘홍콩 레옹’ ‘홍콩 마스크’가 있다. ‘의문형’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제목에 기가 막힌 설득력을 부여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해피 데스데이’는 2017년 관객들의 호기심과 공감도 모두 사로잡았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총 424편, 해외에서는 총 1104편의 영화가 극장 개봉을 했다. 이 가운데 ‘제목’으로 시선을 한차례 사로잡고, 해가 흘러도 기억에 남는 작품은 몇이나 될까. 오늘도 영화계는 관객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치열한 ‘제목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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