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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그들만의 회계장부' <상>사찰 재정] "재정공개" 60곳중 55곳 약속 안지켜...주지가 땅 팔아도 몰라

■폐쇄적 재정운용

조계종 사찰 재정공개 약속했지만

조계사·봉은사 등 5곳만 종단 홈피에 밝혀

종단 "각 사찰별로 공개" 밝혀

주지승에 임면권한 집중돼

재정 감시할 사찰운영위 등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쳐

"공익법인 수준 감사 필요"





경남 밀양의 고찰인 표충사는 사찰에서 약 3.7㎞가량 떨어진 곳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표충사는 해당 토지를 인근 주민에게 임대한 뒤 경작료를 받아 사찰의 운영비로 충당하고 있다. 표충사 인근에는 사명대사 생가도 자리 잡고 있다. 사명대사 생가 인근 임야 역시 표충사 소유로 사찰은 사명대사 조상의 묘와 비석도 함께 관리하고 있다. 표충사 소유의 이 같은 토지들이 지난 2011년 감쪽같이 명의가 변경돼 타인 소유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표충사의 주지승이었던 재경스님과 사무장 김모씨가 조계종단 몰래 토지를 지역주민과 건설업자에게 매각한 것이다. 주지승과 사무장은 토지를 불법매각해 34억여원을 챙겼지만 사찰의 승려들과 신도들은 이들이 잠적하고 난 뒤에야 불법매각 사실을 알았다. 사찰 재정과 관련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두 명이 공모하면 사찰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던 것이다.

조계종단 내 사찰에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폐쇄적인 회계 운용 방식 때문이다. 사찰들의 회계장부는 은폐돼 있고 사찰 주지승과 회계담당 종무책임자 외에는 접근이 어렵다. 조계종 총무원에서조차 각 사찰에서 보고하는 결산내역서를 곧이곧대로 믿을 뿐 실질적 총수입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은 2015년 사찰 재정 투명화를 위해 연간 예산 30억원 이상의 60여곳 사찰에 대해 재정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예산 30억원 미만 사찰에 대해서도 점차적으로 재정공개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종단 홈페이지를 통해 재정을 공개하는 사찰은 5곳에 그치고 있다. 조계종은 2016년에 이어 2017년3월 조계사와 봉은사, 강화 보문사, 경산 선본사, 과천 연주암 등 직영사찰 5곳의 2016년 사찰 재정자료를 종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조계종은 다른 대형사찰을 포함한 많은 사찰들이 개별 사찰 인터넷 홈페이지, 사찰운영위원회, 사찰의 사보, 법회시 신도들에게 공개하는 형식 등으로 재정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사찰들은 회계 투명화를 위해 종무회의에서 해당연도 결산서 등을 공개한다고 하지만 문서로 대략 작성한 결산서를 회람한 뒤 다시 수거해 외부로 해당 수치가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종법상으로는 사찰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각 사찰마다 이행 실태는 제각각”이라며 “일부 사찰들이 비교적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지만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익법인 수준의 외부감사가 이뤄지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지승의 재정적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계종단 내 사찰들은 종법상 승려들로 구성된 종무회의를 두고 주요 안건을 논의하도록 돼 있다. 또 승려와 신도들로 구성된 사찰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재정 감시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종무국 승려와 사찰운영위원에 대한 임면권한이 대부분 주지승에게 집중돼 있는 구조이다 보니 권력자에 대한 감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지승에게 문제를 제기할 승려와 신도 임원이 없어 사실상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사찰의 주요수입원인 사십구재 등 각종 재 및 불전함과 관련해 끊임없이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사찰 재정의 약 10%가량을 차지하는 불전함의 경우 신도들이 현금으로 기부하는 헌금이다. 과거부터 끊임없이 투명한 개함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최근에는 주지승과 종무 직원 등 복수의 사찰 관계자가 함께 불전함을 개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지승이 자신의 측근을 종무 책임자로 임명한 뒤 함께 개함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일부 금액을 누락시켜도 사찰 내부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사십구재 등 망자의 유가족들이 치르는 제사와 관련해 사찰 명의의 통장 대신 주지승 명의의 통장으로 비용이 입금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법인과 개인 통장이 혼용되면서 정확한 금액의 세입·세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은용회계사무소의 정은용 대표는 “각 사찰의 종무위원이나 사찰운영위원회에 회계지식을 지닌 감사 전문가가 없고 감사도 그때그때 필요한 방식으로 임의적으로 이뤄진다”며 “주지승의 입김이 강한 사찰의 경우 누구 하나 견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보니 회계부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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