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입사 초기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억지로 마시라고 하길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항의했다가 분위기를 망쳤죠. 술 마시기를 원하지 않는 직원이 비난 받아서는 안 됩니다. 물론 회식과 음주가 팀워크와 생산성을 높여주고 우의를 다지는 문화라는 걸 그 뒤에 깨닫기는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으로 현대자동차 글로벌 홍보 임원을 지낸 프랭크 에이렌스 씨가 자신의 저서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에서 밝힌 한국 음주 문화에 대한 에피소드다. 한국인은 술을 강권하는 회식 분위기에 익숙하지만 외국인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6개월간 일했던 미국인 샤킬 제임스(23)씨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가려면 간을 하나 더 만들어가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며 “특히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시다 힘들어 중간에 집에 가는 걸 ‘도망간다’고 표현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넵 좌링(27)씨 역시 “대학생들이 선후배로 나눠 술을 강권하는 것을 보고 많은 유학생들이 놀란다”며 “중국인도 술을 즐기지만 한국인은 지지 않으려고 경쟁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술 취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관용적인 문화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술집에서 소란을 부리는 것도 모자라 경찰서에 연행된 뒤에도 고함을 지르거나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모습을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술 소비량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술에 취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 공중보건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있는 것 자체가 금지사항이다. 적발되면 2급 경범죄에 해당되며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해 술이 깰 때까지 구금해둘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연행된 당사자가 부담하고 술이 깬 뒤에는 150유로(약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공공장소의 주취자에게 최소 수십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로 엄격한 처벌을 내린다”며 “특히 미국과 독일에서는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해 우려자’는 죄질과 관계없이 체포하거나 법원 판단을 거쳐 최장 2주간 구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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