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두고 ‘외교참사’ ‘중국 오만·홀대’ 등의 혹평이 여론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고조돼 있다. 중국이 한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놓고 눈에 띄게 홀대하는 모습, 한국 기자들에 대한 집단폭행과 무사과, 회담 결과 내용 부실 등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는 당연지사다.
개인 간 관계에서도 그렇고 국가 간 외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실체와 나의 객관적 역량을 정확하게 아는 일(知彼知己)’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외교적 참사’로 평가되는 것은 현재 우리 정부가 중국의 객관적 실체에 무지하고 한국 정부가 중국에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무지한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런 외교 참사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첫째, 중국의 세계관은 소위 ‘화이문화권이론(華夷文化圈理論)’임을 알아야만 한다. 이 지구촌 인류문화는 질이 높고 고상한 화(華·귀족)와 질이 낮은 이(夷·오랑캐)로 양분돼 있으며 중국이 ‘화’의 중심이고 중국에서 멀어질수록 ‘이’의 색깔이 짙어지는 문화라는 세계관이다. 중국은 한국을 ‘동이(東夷)’라고 부르며 직접적 표현은 하지 않아도 ‘동쪽에 사는 중국의 조공국’이라는 전통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귀족신분의 주인이 찾아온 종을 좀 홀대한들, 그리고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어 좀 때린들 그것이 무슨 큰 잘못인가 하는 의식을 내심 갖고 있는 것이 중국이라는 실체다. ‘황제국 vs 변방 조공국’ 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둘째, 중국의 평화관은 소위 ‘사대자소(事大字小)’다. ‘세계 평화는 작은 것이 큰 것을 섬기고 큰 것이 작은 것을 사랑하는 데서 온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이런 평화관으로 한반도 남북한을 인식한다. 미국에는 사력을 다해 독하게 대항하면서 중국에는 고분고분한 북한은 중국의 평화관 속에서 아무리 핵·미사일을 개발해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평화분자(actor)다. 주한미군을 주둔시켜놓고 중국의 세계관에 상치하는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전략적동반자관계를 백번 맺어도 내심 평화교란분자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근본목표는 ‘한국이 조속히 미국으로부터 빠져나와 중국 품에 안기는 것’이다. 미중 간 양다리를 걸친 태도를 보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홀대와 강박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셋째, 북한과 중국은 상황변화와 관계없는 특수관계임을 알아야 한다. 많은 중국인은 “북조선은 미 제국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한국전쟁에서 중국과 함께 피를 흘린 형제국이며 북한이 스스로 중국을 떠나기 전에는 절대로 북한을 먼저 버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7월6일 독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과 중국은 혈맹이다. 북핵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다. 25년 전 한국과 중국이 수교했지만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에서 근본적 변화는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런 중국에 “북핵 해결에 나서달라”라고 애걸하는 미국과 문 정부는 계속 헛물만 켜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외정책은 비정한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중국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실체다. 중국 입장에서 미운 것으로 치면 한국보다 수십 배 더한 일본에 대해서는 홀대·오만·강박행위를 하지 못한다. 한미관계가 소원해지고, 국제적인 왕따가 되고,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고, 중국에 빌빌대면서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중국의 오만·강박·짓밟음의 강도는 더 고조된다. 중국의 비정한 현실주의에 대한 냉철한 간파와 대응책 강구가 중국의 오만과 외교참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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