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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호흡기부터 두뇌까지 망치는 대기오염

자동차 배기 속 미세 먼지가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산불이 캘리포니아 주 남부를 휩쓸기 시작하던 2017년 12월, 다이아나 유난은 산불의 연기가 지나가는 곳에 사는 가족들에게 가급적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화재는 공기 중에 미세 먼지를 많이 방출하여 오염물질 농도를 엄청나게 높인다.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 의대에서 환경보건을 공부하는 유난은 미세 먼지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유난은 “공기 오염이 호흡기 및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두뇌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지난 10년간, 오염된 공기가 뇌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쌓이는 데 주목했다. 그리고 이를 인간 행동,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행동과 연관짓기 시작했다.

유난에 따르면 아동 시절 납(페인트와 가솔린에 들어 있다)에 노출되면 행동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1990년대 이래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의 범죄율이 줄어든 원인을 가솔린에서 납을 제거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녀는 “모든 환경 위험 요소 연구에서 첫 번째로 꼽는 유해물질이 납이다.”라고 말한다.

유난과 그녀의 팀은 약 700명의 아동을 상대로 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청소년기에 더 많은 공기 오염에 노출되는 로스 앤젤레스의 아이들이 비행 성향을 더 강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음을 알았다. 이 연구는 작년 12월 <이상 심리학지(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에 게재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동일한 양의 오염 물질에 노출된 아이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어머니가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경우 행동에 더 큰 악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아이들이 9세때부터 시작해 약 10년간의 기간 동안 모은 데이터를 사용했다. 부모들은 몇 년 단위로 아이들의 이상 행동(거짓말, 부정행위, 약물 사용, 파괴 행위 등)을 묻는 설문을 작성했다. 연구팀은 해당 지역 공기 오염물질의 일일 측정 데이터를 사용해, 연구 기간 동안 아동들이 집 근처에서 노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등급화 했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주요 오염원이다



유난은 입자상물질(PM) 2.5, 즉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1/30에 해당하는 크기의 미세 먼지가 있는 곳에 주목했다. 그녀는 “이것은 스모그와는 달리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게 좋지 않다” 며 주로 자동차와 교통수단에서 많이 나온다고 말한다.

물론 오염 정도와 비행 빈도를 연결시키는 것으로는 청소년 비행에 영향을 끼치는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성별, 기타 사회적 요인을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고속도로 인근이나, 오염도가 높은 곳에 살 가능성이 높고, 사람이 비행을 저지르게 하는 미세먼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말한다.

물론 유난은 자신의 연구의 약점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이 연구는 소음 공해를 감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보이는 행동만 보고할 수 있을 뿐, 학교에서의 사회적 행위는 보고할 수 없다. 그녀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입증할 수 있기를 바랬다 “이는 새로운 연구 영역이다.”



로체스터 대학 환경의학과 교수인 데버러 코리 슬레타는 이 연구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납 노출에 대한 연구로 학자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은 공기 오염 연구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공기 오염이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연구를 시작하자 놀라운 결과들이 나왔다. 공기 오염이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모두가 놀랐다.”

코리 슬레타는 공기 오염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에서 드러난 행동 변화가 유난의 종적 연구에서 관찰된 비행 유형과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동물은 비교적 적은 농도의 오염 물질에만 노출되어도, 비행에 연관된 충동 조절 등에서 관찰 가능한 행동 변화를 보인다.”

오염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폐로 흡수된 입자는 혈류를 타고 뇌 속으로도 순환하게 된다. 입자상물질은 폐에 스트레스를 주게 되며, 이로 인해 생산된 염증 분자는 뇌로 향하게 된다. 이 외에도 뇌에 직접 타격을 주는 경로도 있다. 사람들은 코를 통해 공기 속의 오염 물질을 흡입하게 되는데, 코는 뇌의 일부인 후 각신경구와 연결되어 있다. 코리 슬레타에 따르면, 이 경로로 들어온 오염물질은 뇌혈관 장벽의 보호를 건너뛰고 뇌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입자상물질은 금속, 유기물질, 기타 오염 물질을 동반하기 쉽다. 모두 뇌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특히 성장기의 뇌에는 더욱 그렇다. 유난은 “이러한 물질들은 뇌에 물리적 반응을 일으켜 뇌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연 가솔린이 보급되자 범죄율은 낮아졌다. 유난은 공기 오염 전반에 걸쳐서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수 십년간 공기 오염은 감소했으며 범죄율도 하락했다. 이는 두 요소 사이의 연관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공기 오염과 뇌 간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는 지난 5년 사이에 처음 이루어졌다. 코리 슬레타는 이 분야는 아직 새롭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여러 모로 볼 때, 우리는 아직 출발선에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David N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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