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 상향 전망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떠났던 외국인들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가격 메리트 때문인지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526억원, SK하이닉스를 1,974억원어치나 사들이며 코스피지수를 상승세로 돌려놨다. 일각에서는 길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증시 조정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미국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반짝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41% 오른 2,395.19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하락장에서 이틀 연속 상승하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은 장 초반 1%가 넘게 상승했다가 외국인의 매물이 풀리며 전일 대비 1.64% 떨어지며 장을 마쳤다.
코스피 상승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일보다 3.98%, 4.3% 오른 237만7,000원, 7만7,700원에 거래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5.12% 급등한 240만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두 종목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투자가들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1조3,000억원이 넘는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졌지만 12일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수는 마이크론의 실적전망 상향 조정이 역할을 했다. 마이크론은 5일 2·4분기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소한 적어도 2년간 메모리 장기 수요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낸드는 상반기 일시적 공급 과잉이나 연말에는 다시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마이크론은 하반기 수요 확대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스너의 이 같은 전망은 나스닥에서 반도체주에 대한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며 마이크론의 주가를 전일 4.4%나 끌어올린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매수로 이어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갤럭시S9, S9+의 판매 예상치를 4,500만대로 상향 조정하면서 “2·4분기 스마트폰용 D램의 가격 강세, 하반기에는 컴퓨터용 D램의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증시 조정 이후 눈여겨봐야 할 종목으로 반도체 업종을 꼽은 바 있다. “국내 증시의 이익 증가를 이끌고 있지만 고점 대비 낙폭이 크다”는 설명이다.
단기 하락으로 인한 가격 메리트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후 9일까지 삼성전자는 12.72%나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 286만1,000원)와 비교하면 21.88%나 하락한 수치다.
증시 반등을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들이 반도체주뿐만 아니라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185억원), LG전자(78억원) 등을 순매수한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김용구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조정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골디락스 경제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며 “코스피는 펀더멘털을 감안했을 때 가격이 바닥 구간인 만큼 현재 설맞이 바겐세일 기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전처럼 강한 상승장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지만 투자자들이 유동성 축소를 인식하게 된 만큼 예전처럼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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