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 인수에 가장 먼저 뛰어들면서 결과에 따라 보험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 후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합병하면 자산 규모 60조원으로 이 부문 4위인 NH농협생명(63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빅 플레이어’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더구나 오는 2021년 강화된 회계기준인 IFRS17 적용으로 인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면서 MG손해보험·KDB생명·현대라이프생명 등도 잇따라 매물로 나올 수 있어 업계의 순위변동이 예상된다.
9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ING생명의 경영지표와 적정 인수가 산정 등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예비실사를 진행해왔다. ★본지 3월9일자 1면 참조
신한금융은 보험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보험사 인수합병(M&A) 의사를 적극 보여왔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신한생명과의 시너지 등으로 보험 업계의 판도가 확 바뀔 수 있다. 총자산 기준으로 삼성생명(254조원)·한화생명(109조원)·교보생명(95조원) 등 ‘빅3’에 이어 4위인 NH농협생명과 본격적인 규모의 경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미래에셋생명도 PCA생명 인수를 마무리하고 통합 미래에셋생명을 출범하면서 업계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ING생명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서 가장 우량한 보험사로 꼽히기 때문에 신한금융이 인수할 경우 금융지주 간 우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NG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IFRS17을 적용해도 500%를 육박하는 수준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지표다. 국내 보험사들은 200~300% 수준이다.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 이하 보험사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를 계기로 보험 업계의 추가 M&A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BC비율이 150%를 밑돌고 있는 MG손해보험이나 KDB생명 등도 대주주가 추가 증자를 하지 않으면 새 주인을 맞아야 한다. 실제 MG손보 대주단은 이날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해 잠재적 인수후보에게 투자의향서(LOI)를 보냈다. 대주주인 새마을금고가 여러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재무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손을 떼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작고 인수를 하더라도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마땅한 인수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MG손보는 RBC비율이 지난해 말 115%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금융감독원에서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RBC비율이 100% 미만이면 금감원이 경영개선을 권고하도록 돼 있다.
KDB생명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 7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언제든지 매각이 추진될 수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010년 6,500억원에 회사를 인수하고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탓에 추가적인 자금 투입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STX조선과 성동조선 처리 과정을 지켜봐도 산은이 KDB생명에 추가 자금을 지급해 살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은은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230명을 내보내고 190여개 점포를 99개로 줄였고 올해에는 농구단을 해체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 매각을 위한 몸집 줄이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2014년 두 차례, 2016년에는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전례가 있어 매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라이프도 상황이 비슷하다. 오랜 경영난을 타개하고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희망퇴직을 통해 150명을 내보냈고 최근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지분 48.6%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대만의 푸본생명에 현대라이프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롯데호텔이 롯데손해보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그간 제기됐던 롯데손보 매각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롯데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롯데손보 매각과 관련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최근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이들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설도 나온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아직 중국 정부에서 안방보험의 한국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매각에 대한 조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보험 업계 지각변동은 물론 금융지주 간 경쟁구도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자본 여력이 없는 중소형 보험사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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