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에게 떼인 다스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김씨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카드로 사용하는 전략까지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2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09년 4월 김재수 전 LA총영사가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이런 내용의 자금회수 전략이 담긴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했다.
김 전 총영사는 외교관 경력이 전무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5월 이례적으로 LA총영사로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를 총영사로 임명한 이유를 두고 ‘BBK투자자문 대표였던 김경준씨로부터 투자금 140억을 회수하기 위해 다스가 미국에서 벌인 소송을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해왔다.
실제로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총영사는 임명 이후 다스의 미국 소송 진행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김 전 기획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확보한 소송전략 보고서에서 김 전 총영사는 “김경준 등이 다스의 합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그의 재산을 미국에서 민사적인 소송방법으로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현재 다스가 제안한 조건인 피해보상금 190억원과 사과문 작성을 (김경준씨 누나인) 에리카 김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무언가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결국 한국 검찰을 통해 형사적인 방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에리카 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그의 남편을 조사하는 방법, 한국 검찰이 스위스 계좌동결을 요청하는 방법, 김경준 처의 송환 검토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김 전 총영사의 제안이 실행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씨는 보고서 작성 전인 2008년 4월 1심에서 특경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미국에 있다가 2011년 2월 돌연 입국한 에리카 김씨도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특경법상 횡령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다스는 2011년 2월 김경준씨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았다.
당시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가 에리카 김씨를 수사로 압박해 김경준씨의 투자금 반환을 이끌어내고 그 대가로 선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총영사 등으로 하여금 오로지 다스에 유리한 소송전략을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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