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5년 만에 처음으로 금을 매수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이 기준금리를 총 세 번에 걸쳐 올릴 것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이례적 분석으로 향후 금값의 향배가 어느 쪽으로 쏠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물가 상승 및 뉴욕 증시 조정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며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했다. 골드만삭스가 금 강세론을 들고 나온 건 5년 만에 처음이다. 유진 킹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우리 상품분석팀은 금값과 미국 금리 간에 괴리가 있다고 본다”며 “과거 여섯 차례 금리 인상기 가운데 네 차례는 금값이 상승했다”고 금에 대한 ‘아웃퍼폼(outperform)’ 의견을 냈다. 지난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 상향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첫 기준금리 인상이다. 킹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총 세 차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지만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며 “금값이 오른다는 관측이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과거 연준의 긴축 사이클 때 가격 동향이 상승을 예견케 한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가 절하된 것이 금값 상승에 힘을 보태는 주요 원인이라고 전했다. 금리 상승기에도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금 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매입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월 9일 92.528에서 이달 27일 현재 89.054로 4.8% 절하됐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SNS) 회사인 페이스북의 고객정보 유출 악재와 미·중 보호무역주의 강화, 영국 스파이 암살시도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 불확실성이 고조된 점도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 대한 매력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지난 1월 26일 2872.87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이달 26일(현지시간) 8%가 빠진 2659.14까지 추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지난 3월 12일 7588.32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후 이달 26일(현지시간) 5% 하락한 7220.54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경기 확장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의 지속으로 금값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프엑스엠파이어는 “금값의 가격 지지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상승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1,375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로 26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지난 1월 25일 이후 최고가인 온스당 1355.00달러로 전일 대비 0.38% 상승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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