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압력을 받고 필기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면접에 올리거나 합격권 경쟁자의 점수를 낮추는 등의 수법으로 2명을 부정합격시킨 부산은행 채용비리 사건 피고들에 대한 첫 재판이 부산지법에서 열렸다.
부산은행 채용비리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된 강동주(59) 전 BNK저축은행 대표, 박재경(56) BNK금융지주 사장, 전 인사담당자 등은 24일 법정에 섰다. 이날 재판은 부산지법 형사4단독 강희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5년 9월께 당시 경남발전연구원장이자 전 국회의원인 조모(59)씨는 당시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이던 박재경씨에게 청탁전화를 걸어 “딸이 이번(5·6급 신입 공채)에 지원하니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씨의 딸 A씨는 2차 필기시험에서 탈락했다. 그러자 조씨는 “내 딸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는데도 안 되느냐. 다 때려치우라”고 화를 냈다. 박씨는 옆에서 전화통화를 듣던 인사담당자 등을 향해 “무조건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박씨, 강씨, 인사담당자 등은 정답이 정해진 객관식 문제 외에 A씨 서술형 문제 점수를 만점에 가깝게 수정하고 필기시험 커트라인을 낮춰 합격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탈락한 A씨를 면접에 올렸다. 최종 면접관이던 박씨는 3차 면접에 이어 4차 면접에 올라온 A씨에게 높은 면접 점수를 주어 최종 합격시켰다.
A씨와 같은 공채에 지원한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 B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합격했다. 전 부산은행 부행장에게서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가 지원했으니 잘 살펴달라“는 청탁전화를 받은 인사담당자는 당시 부산은행 업무지원본부장이던 강동주씨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강씨와 인사담당자들은 최종 면접까지 올라간 B씨의 최종 면접 점수가 다른 지원자 3명과 똑같게 나오자, 최종 면접 점수가 같은 다른 지원자 3명 점수를 고의로 낮추고 B씨 점수는 올려 최종합격시켰다. 결국 A씨와 B씨의 부정합격으로 인해 합격권에 들었던 최종 면접 지원자 3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재판에 출석한 강씨와 전 인사담당자 2명은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했으나 박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씨와 강씨는 방어권 행사 등을 위해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 의견을 밝혔다.
다음 공판은 5월 15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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