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를 고집하던 자산가들 사이에 재테크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집 센 강남 사모님님들도 보유한 일부 아파트를 팔아 펀드를 가입하는 게 어떻겠냐며 PB들을 찾고 있다. ‘재테크 불패’로 여겨진 부동산이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재건축부담금 상향 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 날 것이란 우려에 부동산 대신 부동산펀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주춤했던 증권사들의 부동산 펀드 출시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사모펀드라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에서 10억원에 달하지만 출시 하루가 지나지 않아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달 서울 여의도 75층 ‘파크원(Parc.1)에 장기임대 형식으로 2,500억원을 연 6%로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다. 최소 가입금액이 10억원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출시 하루 만에 기관과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모두 완판됐다. 6개월에 6%의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이 매력적이었다.
앱솔루트자산운용은 지난 12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주상복합인 호텔마리나베이서울을 기초자산으로 만기 5개월 연 5%의 상품을 완판시켰다. 최소가입금액 2억원에 설정금액은 180억원이었음에도 고객들은 사전 출시 연락과 동시에 선주문을 내기도 했다. 리딩투자증권은 지난달 홍콩의 5대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인 ‘더 센터’ 빌딩 메자닌 대출 사모펀드를 300억원 규모로 출시했다. 최소금액이 3억원었지만 역시 완판까지 하루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더 센터 건물 인수 브릿지론 중 중순위 사채에 투자하는 형태로 펀드 기간이 1년 6개월로 비교적 짧은데다 1년 후 조기상환 조건에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온라인 쇼핑 확대로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제이알투자자문은 지난 4월 인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145억원 규모 사모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홍 팀장은 “갈 곳 없는 뭉칫돈이 전단채 등 단기펀드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부동산펀드는 부동산의 안정성과 펀드의 수익성을 갖춘 절충형 상품에 가까워, 부동산 시장의 시계가 흐린 요즘과 같은 때 부동산펀드로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이 부동산펀드로 눈을 돌리는 것은 부동산을 사서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등을 내고 시세차익을 바라는 것보단 차라리 그 현금으로 부동산펀드를 굴리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때문이다. 펀드의 성격상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부담이 있지만 부동산이라는 실물이 있다는 점에 안도한다. 특히 대형 부동산을 보유한 펀드는 가격 하락에도 ‘버티면 회복한다’는 전략을 펴기도 한다. 자산가들 입장에서 부동산펀드를 ‘세금을 물지 않는 부동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세금과 이자 부담 등을 물면서 시세차익을 노리기 보다는 당분간은 부동산펀드로 안정적으로 최소한 연 5% 이상의 이자를 받는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이익이란 계산이다.
가입 규모가 작은 공모부동산 펀드는 출시 이후 몇 시간만에 완판이다. 고객들은 “잘 고른 부동산펀드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켓보다 매진이 빠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3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벨기에 외무부 청사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부타신탁’이나 일본 리츠 상품은 출시하자마자 완판되기도 했다.
다만, 부동산펀드의 경우 특히 특정건물에 투자하는 경우가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 해외부동산 투자의 경우 환헤지 여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높은 수익률만 무턱대고 믿기 보다는 부동산펀드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매각차익을 보고 빠질 때 이를 개인에게 넘기는 경우도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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