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후보자 간 진실공방을 벌이는 사이 국민 노후를 지키는 투자가 소홀해진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해외투자 인력이 공백 상태가 되면서 수익률의 가장 큰 축인 해외 대체투자가 휘청이고 국내 증시 하락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고성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뉴욕사무소장이 6일 사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 내부는 술렁였다. 지난 2000년대 후반 이후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을 이끌어온 해외투자의 선봉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해외증권실장과 해외대체투자실장도 수개월째 공석이며 최근에는 해당 부서의 실무운용역도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다.
1988년 국민연금이 만들어진 이래 현재까지 해외주식과 해외가 포함된 대체투자의 수익률은 8%대로 평균 6%인 전체 수익률을 웃돈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담당자의 부재로 굵직한 투자는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투자 전략도 마찬가지다. 기금운용본부장은 물론 조인식 직무대리, 주식운용실장이 자의로 떠나거나 해임됐다. 그 사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2017년 말 시장 대비 수익률은 26.3%였지만 4월 말 기준으로는 -1.13%다. 시황이 나빠진 것을 고려해도 국민연금 수익률이 더 낮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패시브(개별 종목을 평가해 투자하지 않고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것) 전략을 추구했다”면서 “지난해까지는 맞아떨어졌지만 국내 시황이 나빠진 지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투자전략 수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책임자들이 없다.
CIO 유력 후보였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낙마한 배경에는 현 정부 코드에 걸맞지 않아서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을 활용해 각종 복지 공약을 실천하려는 만큼 CIO도 보폭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여권 일부의 시각이다. 이민 1.5세대로 병역 문제가 거론됐지만 이는 초반부터 곽 전 대표가 공개한 내용이다. 인사 개입 문제에 휘말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야권의 사퇴 압박이 제기되며 거취문제까지 논란이 될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새 CIO로 주원 흥국증권 사장이 유력하다는 설이 돌고 있다. 주 사장은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을 거쳐 키움증권·유진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자산운용 및 법인영업·마케팅 분야를 두루 맡았다. 이 같은 전문성과는 별개로 발탁 배경의 하나로 주 사장의 형인 주현 청와대 비서관이 거론된다. 주 비서관은 산업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정치권과 교감이 없던 인물이었지만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원·강도원·송종호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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