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운영사인 누젠(NuGen)의 지분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FI)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1조원을 조달하는 FI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뿐만 아니라 국내 글로벌 인프라펀드 운용사들도 대거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르면 오는 9월께 도시바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공동타당성 연구(F/S)를 끝마친 후 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지분인수가 공식 결정되면 한전은 투자 파트너인 FI 선정 작업도 시작한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 지역에 150억파운드(한화 21조원)를 투자해 3.4GW 규모의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이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누젠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영국 정부와 구체적인 사업 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의견 차이가 컸던 사업조건 협상이 지난달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재무모델을 기존 발전차액정산(CfD) 방식에서 규제자산기반(RAB) 방식으로 변경했다. CfD 방식은 기존에 보장해주기로 한 전력판매단가와 발전원가와의 차액을 영국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CfD 방식은 프랑스 전력공사와 중국 광핵그룹의 영국 힌클리포인트(Hinkley Point)C 원전의 재무모델로 애초 영국 내부에서 사업자가 과도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변경된 RAB 방식은 규제 당국이 원전의 건설투자비에 더해 일정 부분의 기준 수익률(hurdle rate)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수익률은 CfD 방식에 비해 낮을 수 있지만 새로운 규제 도입 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영국 BEIS는 지난 2016년 보고서에서 영국에서 CfD 방식으로 추진되는 신규 원전 사업의 적정 최소 수익률을 8.9%(세금 포함시 12%)로 추정한 바 있다. 다만 무어사이드의 경우 수익률을 낮추되 규제비용을 줄인 RAB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기준 수익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규제 리스크를 걱정했던 한전 입장에서는 지분인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한전의 지분인수가 결정되면 4·4분기께 FI 모집도 본격화한다. CfD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정부는 원전수출 전략회의에서 전체 사업비 180억달러 중 지분투자금액(126억달러)을 제외한 조달금액(54억달러)의 20%(11억달러)를 FI를 통해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RAB 방식 적용으로 불확실성이 낮아진 만큼 FI 투자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한전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금융자문은 프랑스 금융그룹인 BNP파리바가 맡고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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