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중국에 대한 신용 평가 방식을 새로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지나치게 많은 ‘트리플 A(AAA)’ 등급을 부여해 중국에 대한 신용 거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6일(현지시간)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내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S&P는 최근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 기타 발행자들의 채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중국의 시장 규모와 다양한 중국 국내 자본시장 등을 고려할 때 중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중국의 AAA 등급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 받은 AAA 등급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이베르거 베르만의 프라샨트 싱 신흥시장 부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평가 방식이 중국의 진짜 신용 리스크(위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신뢰도 결국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는 AAA에서부터 D까지 신용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비금융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존슨 등 2개 기업만이 AAA 등급을 받았다. 미 재무부 채권 역시 AA+ 등급으로 AAA 등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은 투기 등급으로 분류되는 B+ 이하의 등급을 받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 신용평가회사들에게만 공개됐던 11조 달러(약 1경 2,359조원)의 중국 채권시장에선 전체의 약 17%가 AAA 등급이며, AA 등급도 76%에 달한다.
일례로 중국의 하이난항공(HNA) 그룹은 지난해 채무 상환을 위해 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하고, 9%의 높은 금리로 대출까지 받았는데도 ‘상하이 브릴라이언스 신용평가 및 투자 서비스’사로부터 AAA 등급을 받았다.
어닌다 미트라 BNY 멜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S&P가 중국 채권이 지닌 각각의 위험 수준을 보다 정확히 구분해주기를 바란다”며 “거의 모든 기업들이 최고 등급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금융위기 발생 당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무더기로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남발해 투자자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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