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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낮은 지배구조안 들이밀고…보유 현금 62조에 눈독

[현대차에 "계열사 합병하라"...엘리엇 2차 공습]

납득 어려운 지배구조 개편안

주주서한 의도적으로 공개

계열사 보유 현금 언급하며

"배당 늘려라" 직설적 요구

현대차, 글로비스 등 주가 요동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 중단을 알린 지 4개월 만에 엘리엇이 재등장했다. 이례적으로 주주 서신을 통해 납득하기 어려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했고 요구는 보다 노골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과 현대차그룹의 약점인 주주와의 소통 부재를 부각하고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을 언급하며 배당 확대를 바라는 의지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주식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는 요동쳤다.

◇여론몰이로 선공한 엘리엇=엘리엇은 지난달 14일 현대차와 기아차·현대모비스에 인편으로 전달한 서신의 내용 일부가 외신에 보도되자 7일 기다렸다는 듯 보도자료를 통해 서신 내용 전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보통 주주 서한은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는 만큼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고 있다.

엘리엇은 기존에 본인들이 제시했던 내용과는 다른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주장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분할해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합병한 모비스·글로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된다. 합병한 모비스·글로비스가 기아차와 정몽구 회장 가족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사고 정 회장 가족은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글로비스 지분을 사는 방안이다.

엘리엇의 제안은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이 남지 않고 해체된다는 점에서 기존에 현대차그룹이 제시했던 안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엘리엇은 한술 더 떠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논의할 위원회를 설립하는 한편 현대차와 계열사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서한을 받은 현대차그룹은 해당 내용이 법적인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성동격서 전략…18조 현금 첫 언급=엘리엇의 제안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풀어야 할 3대 전제(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자동차 기업으로서의 미래 가치 제고·순환출자 및 일감 몰아주기 해소) 중 일감 몰아주기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다. 현대글로비스 오너 일가 지분율(29.99%)이 그대로 유지돼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20%) 초과 지분을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현실성 있는 안을 내놓았다기보다 전형적인 성동격서식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현 가능성 낮은 지배구조안을 들이밀고 현대차그룹의 약점인 ‘주주와 불통’ 이미지를 부각해 결국 현금배당 확대로 실익을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엘리엇은 이번 서한에서 기존에 냈던 3번의 보도자료나 지배구조 개편 PPT와 달리 구체적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거론하며 “현대차의 배당 가능 이익이 44조원, 모비스는 18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적시했다. 엘리엇은 지금까지 배당을 늘려야 한다 혹은 배당 성향을 40~50%로 올리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요구조건을 언급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현대모비스를 거론하고 또 그 회사가 가진 현금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요구사항을 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엘리엇은 이번 서한을 통해 현대차(3%), 기아차(2.1%), 현대모비스(2.6%) 지분 보유량도 밝혔다. 핵심인 현대차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면서 공개적으로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요동=엘리엇의 서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그룹 관련주도 요동쳤다. 특히 기존에 현대차그룹이 제시했던 안과 달리 엘리엇의 새로운 안은 글로비스의 활용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글로비스의 주가가 요동쳤다.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5.10%, 현대모비스는 2.38% 상승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제안대로 지배구조가 변한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각하게 되는 기아차, 대주주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낮아지는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현대차그룹이 발표할 지배구조 개편안에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매각, 총수 일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유지 등의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르면 추석 이후, 늦어도 연내에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심사숙고한 다음 최종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도원·박경훈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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