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인수한 하만(Harman)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구글과 차세대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개발한다. 삼성의 인공지능 ‘빅스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부터 세계 최대 인공지능 기업 구글이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과 기기 개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처럼 인공지능 기기도 ‘구글 플랫폼 + 삼성 디바이스’의 조합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구글과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차세대 인공지능 스피커 개발 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 간 개발은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로 내년께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세대 인공지능 스피커는 출시됐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부터 이달 5일까지 독일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 2018에서 양사는 첫 번째 AI스피커를 출시했다. 내년에 출시하는 디바이스는 디스플레이가 추가된 인공지능 기기다. 하만은 아마존 알렉사와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양대 인공지능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이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하만을 통해 인공지능 기기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글과는 차세대 인공지능 디바이스까지 개발하며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빅스비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빅스비가 포함된 인공지능 스피커는 올해 11월에 나올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결국 모바일처럼 구글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종속된 기기 제조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모바일에서 타이젠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실패했다”며 “모바일 이후 플랫폼이 인공지능 기기인데 구글과 아마존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힘에 부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플랫폼의 주도권은 구글과 아마존 알렉사의 양강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IFA 2018에서 중국 최대 가전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아마존 알렉사 플랫폼을 자사의 인공지능 스피커에 도입했다. 한편 구글은 이날 AI스피커 ‘구글홈’을 공개했다. 18일 공식 출시되는 구글홈은 LG전자 가전(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 8종과 연동되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국내 인공지능 가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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