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으로 1주택자도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한다고 해서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지 걱정이 들어 출근을 조금 미루고 은행을 찾았습니다. 서울 근교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지만 현재 직장 위치를 고려해 송파구에 전세 대출을 받아 당분간 살 계획이었는데 걱정이 큽니다. 저처럼 기존 집은 있더라도 자녀 교육이나 출퇴근 문제로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는 동료들이 많습니다.”(30대 직장인 김모씨)
9·13 부동산대책에 따라 주택보유자와 임대사업자를 겨냥한 초강력 대출 규제안이 14일부터 시행되면서 최근 수요가 급증했던 서울 강남·서초·반포를 중심으로 새로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질문이 은행 창구에 쇄도했다. 또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 센터에서는 일반 창구와 달리 세금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 다방면으로 질문이 쏟아진데다 세부적인 규정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지침이 영업점에 내려오지 않아 일선 지점에서는 은행 직원들도 쩔쩔매며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다주택 보유 거주자가 많은 서울 강남구 반포의 A은행 지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대출 관련 문의가 잇따랐다.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로 주택 구입을 진행 중인 한 고객은 이번 대책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물었고, 다른 한 고객은 다세대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받으려는 임대사업자 대출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문의했다.
특히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전세대출 연장이 가능한지 등 전세대출 관련 문의가 많았다. 실수요자뿐 아니라 전세대출을 활용해 주택구매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은행 본점에 보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기준’ 행정지도 공문이 정작 일선 지점까지 내려오지 않아 전날 발표된 보도자료의 요약본을 보며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동구나 마포구의 일선 영업점에서는 집단대출 관련 질문이 쇄도했다.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에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중도금·잔금대출이 가능한지 등의 질문이었다. 이번 대책에서 집단대출은 이날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 또는 착공 신고된 사업장부터 강화된 대출규제가 적용된다. B은행의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한 번에 받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이와 관련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은행으로 문의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밖에 생활자금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집을 사지 않겠다는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상당했다. C은행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특약을 체결할 예정이고 고객이 직접 기재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대출을 포기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의 C은행 영업점에서는 일부 고객들은 임대사업자 대출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크게 줄어 임대사업 계획을 접었다. 1주택 보유자인 한 고객은 대출을 받아 조정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진행 중이던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PB 센터에서는 일반 창구와 달리 세제 강화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다. 자산가들은 특히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증가에도 부동산 보유를 유지해도 손해가 없는지를 문의했다. 한 은행의 PB는 “종부세가 높아졌지만 양도세 중과 영향이 더 크다는 시각이 많다”면서 “아직까지 팔겠다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수요가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 대책에도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당분간은 관망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혁·박진용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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