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다는 청년에 직업 바꾸라한 마크롱

취업 못한 조경사에 "식당쪽 많아"

동영상 퍼지자 비판 목소리 거세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파리 대통령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궁 개방행사에서 방문객과 악수를 시도하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실직한 25세 청년(왼쪽)과 대화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캡처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업이 안 되는 청년 조경사에게 직업을 바꾸면 ‘일자리가 널려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르피가로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서 “25세인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지만 써주지 않는다”는 조경사에게 “만약 당신에게 의지와 동기가 있다면 호텔과 카페, 식당이나 건설 쪽으로 가라. 내가 가는 곳 중 직원을 구한다는 말을 안 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페와 식당이 많은 몽파르나스 지역으로 가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길 하나만 건너면 일자리를 찾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악수하고 대화를 마쳤지만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나가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30초 만에 누군가에게 어떻게 이런 심한 경멸과 공감 결핍, 무지를 드러낼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프랑스의 현실과 완전히 단절돼 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집권당인 레퓌블리크앙마르슈(LREM)의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대표는 “빈말보다 진실을 말하는 대통령이 낫다”면서 마크롱 대통령 편을 들었다.



프랑스 실업률은 마크롱 집권 1년 만에 10%대로 다시 치솟으며 네덜란드·영국·독일 등 인근 국가의 2배 수준에 달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심각해 25세 이하 인구 4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발언은 대규모 실업의 고통에 대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마크롱 대통령의 설화(舌禍)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프랑스인을 “변화를 거부하는 골족”이라고 표현해 뭇매를 맞았으며 자신의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라고 하는가 하면 시위를 벌이는 노조원을 겨냥해 “새 직업을 찾는 대신 문제를 휘젓고 있다”고 말해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측근의 시민 폭행 스캔들과 개혁에 대한 피로감으로 지지율 30%가 붕괴된 가운데 잇단 구설까지 겹치며 그의 인기는 갈수록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여론조사 업체 칸타소프레스 원포인트의 설문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9%에 그쳤다. /박홍용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