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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정상회담] "2차 북미회담 교두보 마련 비핵화 로드맵은 빠져 아쉬워"

■한반도 전문가 '공동선언 성과와 과제' 지상좌담

金 비핵화 의지 재확인·선언문에 없는 추가조치 전망

비핵화 제자리걸음인데 경협 앞서나가 '불균형 합의'

美 설득하기엔 역부족 핵 신고 등 성과로 보여줘야

"文 진도 너무 빨라 트럼프 중간선거 패배땐 상황 예측 불허"

트럼프 '2차 북미회담'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 가능

민주당이 선거 승리땐 경제제재군사적 압박 강화

美와 무역전쟁 등 '中 변수'엔 더 신중하게 접근을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2박 3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20일 막을 내렸다. 기존 남북정상회담의 틀을 깨뜨린 파격적인 일정 속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확약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남북경협 등을 골자로 한 ‘9·19 평양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자마자 국내에서는 이번 회담의 성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 등 보다 진전된 조치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비핵화의 핵심인 구체적 로드맵이 빠진 것은 회담의 성과를 퇴색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만 향후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의 마지막 담판을 매듭 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성과 및 향후 남북·북미관계’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와 국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상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9·19 평양공동선언, 시작은 좋지만 성과로 보여줘야=전문가들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남북·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 영변 핵시설 폐기 의지 표명 등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조치를 통해 북미대화 재개로 이어지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아직 비핵화 프로세스가 끝난 것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지만 일단 이번 회담 자체만 놓고 볼 때는 매우 좋은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해리 캐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소장도 “김 위원장 스스로 핵시설 폐기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매우 극적인 변화”라며 “아직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많지만 너무나도 좋은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불과 지난해만 해도 전쟁 발발 직전까지 치달았던 것에 비춰보면 이번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포함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굉장히 극적인 결과”라며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어려운 시기에 남북 정상이 위대한 도약을 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빠져 있는 만큼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미 제조한 핵무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등 비핵화 부분만 놓고 본다면 이번 회담은 아쉽게 제자리 걸음을 했다”며 “결국 비핵화는 남북이 아닌 북미 간에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 만큼 이번 공동선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남 교수는 남북경협에 대해서도 “비핵화 부분에 비해 너무 앞서 나가는 불균형한 합의”라며 “우리만 시속 100㎞로 달리는 과속과도 같다”고 비판했다. 남북 군사 분야 합의의 불안요소를 꼬집는 지적도 있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 군사충돌 방지 약속은 서로 간에 신뢰가 쌓여있을 때 가능한 일인데 만약 북한이 이번 합의를 악용한다면 우리 안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며 “과거 남북 무력충돌의 시작은 북한의 도발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공동선언문에 대해 당장 성패를 논하기보다는 향후 성과물로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당장 9·19 공동선언만 보면 우리가 손해 보는 장사지만 연내에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며 “결국 성과로 증명해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첫 반응은 좋은 징후, 美 설득할 구체적 로드맵 필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자마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사찰 허용에 합의했다”며 “매우 흥분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결국 북미회담을 통한 담판 승부로 풀어야 할 문제인 만큼 우리는 물론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김흥규 교수는 “미국의 즉각적이면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좋은 징후”라며 “한미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합의를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구체적 비핵화 내용이 선언문에 담기지 않으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 추가 메시지가 존재하거나 조만간 미국에 전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욱 교수는 “비핵화 부분만 놓고 본다면 이번 평양공동선언문 내용은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플러스 알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이번 공동선언문에 들어가지 않은 추가적 조치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 부분이 북미 대화를 가속화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메시지의 내용에 대해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1기 내에 완성될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핵사찰이나 신고·검증과 관련된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가 확인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조건부 핵 신고 사찰 내용이 있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을 방문한 뒤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향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높아진 2차 북미회담 가능성=전문가들은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오는 24일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폼페이오 장관은 조만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측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정상회담도 곧 가시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 탐사보도 기자인 팀 셔록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100%라고 본다”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모든 언론이 이 뉴스(회담)를 실시간으로 종일 보도할 것이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이미지 홍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100%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확언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힌 상태에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반전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 사건과 밥 우드워드 기자의 저서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태”라며 “중간선거를 앞둔 10월 중순쯤 워싱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여는 게 정치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료가 뉴욕타임스에 비판 기고를 한 데 이어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우드워드가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폭로한 신간 ‘공포’를 출간하면서 악재를 만났다. 북미대화의 판마저 깨지고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설 경우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먼저 친서를 보내 회담을 요청하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담 개최 및 시점(10월 3~4주)에는 이견이 없는 반면 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갈렸다. 현재로서는 미국 워싱턴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 싱가포르 회담처럼 제3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경호 문제 등 불편한 측면이 많아 워싱턴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유학했던 유럽(스위스)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변수는…중간선거·중국=미국 중간선거는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중요 변수로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에 북미대화를 미국에 유리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공화당의 선거 패배 시 미국의 대화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 국장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적이 많아 공화당 패배 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잡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어 지금까지의 북미대화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카지아니스 국장의 설명이다. 셔록 기자 역시 “워싱턴 내에서도 북미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진도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이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탄핵까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민주당 승리 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임은 분명하다”며 “경제제재와 더불어 (강경한) 군사정책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중국’이라는 요인을 더욱 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중국이 대북 문제의 핵심 당사국이자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논의 판을 뒤흔드는 존재라는 점에서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중 간 경쟁 심화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고 미국 주류사회도 북한 비핵화보다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생각으로 돌아가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예정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하루 만에 전격 취소시키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국은 어찌 보면 미국과 상충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중국이라는 요인을 북한 문제와 함께 어떻게 펼쳐나갈지,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상·송주희·송종호·박우인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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