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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싱글라이프] 때론 작업실, 때론 영화관…원룸 속 나만의 파라다이스 '모션베드'

모션베드에 푹 빠진 싱글족

몸에 맞춰 매트리스 각도 조절돼 편리

숙면 돕는 잠자리서 '생활공간'으로

제품별 모터 무상보증기간 '천차만별'

수리비·AS 편의성 등 미리 알아봐야

모션베드 누워있는 공유.




# 이번 추석 연휴, 나는 침대와 하나였다. 침아일체(寢我一體), 침대가 곧 나였고 내가 침대였다. 침대 위에서 먹고 TV 보다가 재미없으면 책도 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뒹굴다 졸리면 잠이 들곤 했다. 화장실을 가거나 냉장고를 열었던 때를 제외하면 침대 밑으로 내려온 시간이 하루에 채 10분이나 됐을까. 말 그대로 ‘이불 밖은 위험해’였다.

침대 위 생활이 가능했던 건 ‘신박’한 아이템 ‘모션베드’ 덕분이다. 새로 이사할 집이 기존 원룸과 달리 침대가 기본 옵션이 아니라서 새 침대 사는 것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값은 비싸도 다양한 기능이 있는 모션베드를 과감하게 지른 것에 흡족해하고 있다. 소파를 굳이 별도로 사지 않아도 침대가 소파로 변신하고 함께 구매한 베드테이블(트레이)만 있으면 식탁이나 책상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전에도 집에 들어오면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는 ‘집돌이’에서 이제는 한시도 침대 밖을 떠나지 않는 ‘침돌이’가 됐다.

뜬금없는 침대 얘기지만, 인생의 4분의1에서 3분의1가량을 자는 데 쓰는 만큼 얼마나 잘 자느냐가 인생의 중요한 요소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굳이 어려운 경제용어처럼 만들어진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산업)’라고 칭하지 않아도 잠 역시 산업 영역이 된 지 오래다. 고질적인 야근문화와 잦은 회식 등으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평균 수면시간이 가장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당장 수면시간을 늘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질을 높여야 한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싱글족에게 꿀잠을 잘 수 있는 ‘잠코노미’ 아이템이 각광 받는 이유다.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잠자리의 변화다. 원룸 생활자들이 많은 솔로족 대다수가 침대 생활을 하는데 주거공간이 넓지 않은 만큼 침대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소파를 겸하는 공간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작업실이나 밥상 역할도 한다. 그만큼 침대의 멀티 기능이 중요해진 지금 모션베드의 등장은 싱글라이프의 필수템이 되기에 충분했다.

상체와 하체의 매트리스 각도가 조절되는 침대인 모션베드는 그동안 병원용 침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가 3~4년 전부터 싱글족 증가와 생활 트렌드 변화 등이 맞물려 업계에는 모션베드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2016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도깨비’다. ‘공유 침대’로 유명해진 일룸이 모션베드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이후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은 2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반 침대에 비해 적게는 2~3배,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제품인 만큼 고장이 났을 때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모션베드는 가구인 동시에 전자기기다. 그만큼 무상보증 기간이나 애프터서비스의 편의성 등을 꼼꼼히 살피고 구매해야 한다.



전기자동차에서 엔진을 대신하는 전기모터가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단축될 경우 자동차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처럼 모션베드도 매트리스의 각도를 조절해주는 모터가 제 기능을 못하면 애물단지가 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션베드의 경우 무상보증 기간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천차만별이다. 보증기간이 끝나도 언제까지 수리가 될지 잘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이 독일산 모터를 사용하는데 제대로 수리할 수 있는 인력이 되는지, 부품 조달 등이 얼마나 용이하고 수리 기간이나 비용은 얼마나 될지도 미리 계산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비싼 침대를 바꾸지 못한다 해도 숙면을 위한 제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기존 매트리스 위에만 올려주면 푹신함을 더할 수 있는 토퍼매트리스가 대표적이다. 양모·라텍스·메모리폼·구스다운 등 종류가 다양한데 주기적으로 청소도 해줘야 하고 음식물을 흘리거나 했을 때는 전문 세탁이 필요해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매트리스를 주기적으로 교환해주는 렌털 서비스가 그래서 인기를 끌고 있다. 월 2만~4만원 정도만 내면 최적의 수면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해준다. 렌털 업계에서도 정수기에 맞먹는 효자 아이템으로 각광 받고 있다.

베개·이불도 편안한 잠을 자기 위해 싱글족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여는 아이템이 됐다. 호텔에서 사용했던 이불과 베개를 집에서도 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조선호텔·롯데호텔 같은 특급호텔에서 내놓은 ‘베딩 패키지’는 수백만원대의 고가임에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거북목’ 교정, 코골이 방지 효과까지 더한 교정베개 역시 꿀잠을 희망하는 싱글족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동안 심신을 안정시키고 편안한 잠을 유도하는 아로마·향초 등이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산업이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분위기다. 바람소리·파도소리 등 흔히 말하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사운드로 숙면을 유도하는 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도 수면의 패턴과 질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코골이를 방지하고 깊은 잠을 유도하는 스마트 베개도 얼리어댑터들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8’에서도 ‘슬립테크(sleeptech)’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원리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신체상태를 파악해 숙면을 유도하는 제품이다.

피곤한 현대인의 꿀잠을 위한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바쁘게 사는 싱글족이여, 지갑을 열면 행복한 꿈나라로 갈 수 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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