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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자금, 투자 대신 은행에

불확실성 탓 예금 늘려 400조 돌파

은행도 예대율 규제 앞두고 유치전

우리銀, 상생대출로 일석이조 효과

미중 무역전쟁, 국내 경기 하강 등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들의 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은행권은 상생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예금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이 은행에 맡긴 총예금은 올해 9월 말 기준 401조7,034억원으로 석달 만에 400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기업예금은 올해 1월 379조원에서 6월 403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었다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및 국내 경기 부진 등으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은 자금 운용 계획에 맞춰 3개월 단위로 돈을 맡기고 인출한다”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예금하는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 전문 특화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기업고객 예금 규모는 올해 6월 말 61조2,046억원에서 지난달 말 63조5,451억원으로 늘었다.

기업에 구애하는 방식도 사회적 분위기와 발맞춰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전자·현대차·두산중공업·한화·SK하이닉스 등 대기업 62곳과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생대출을 내주고 있다. 대기업들로부터 정기예금 1조260억원을 유치한데다 자금 공급 역할을 강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별 중소기업당 연간 1%포인트나 대출금리가 감면된다”면서 “대기업은 은행 예금이자를 일정 부분 낮추고 은행도 예금 마진을 양보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생산적 금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상생대출로 중소기업에 내줄 총 여신규모는 1조8,265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은행들이 예금 모으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앞으로 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오는 2020년부터 새로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은 반대로 15% 낮춘다. 따라서 예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은 가계대출을 줄이면서 기업대출을 늘리거나 예금을 늘려야 신 예대율을 100% 이내로 맞출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가계대출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예대율 규제로 기업대출도 늘리고 예금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과 예금을 동시에 따내는 영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주식시장의 침체로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말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예금금리도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결국 지난달부터 국내외 주식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어 예금에 돈을 맡기려는 기업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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