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혁신성장, 스케일업에 답 있다] 선진국 '유니콘 육성' 힘쓰는데...韓 '스타트업 지원' 급급

<상> 창업 넘어 성장 사다리 놓자

美 '스케일업 이니셔티브' 도입...교육·멘토링 등 지원

EU는 벤처프로그램 통해 자금 부족한 기업 투자 늘려

韓 관련 예산 800억 그쳐...창업5년차 생존율 27%뿐

민간자금 스케일업 분야 유입되게 인센티브 제공해야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디디추싱,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중국의 DJI,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높은 기술력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기업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258개이며 기업가치는 8,100억달러(약 800조원)로 추산된다. 2013년 카우보이벤처스 창업자인 에일린 리가 ‘유니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할 당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30곳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이 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도 6년 정도로 짧아졌다. 브렉스·버드·라임 등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실리콘밸리의 몇몇 스타트업은 창업 1년 만에 유니콘 대열에 올랐다.

이들 국가에서 유니콘이 많이 출연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막강한 자금력 때문만은 아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스케일업 정책과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문화가 뒷받침된 결과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지원 정책도 기존의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침체기에는 기업생태계 유지를 위해 새로운 기업이 필요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기존 기업의 새로운 성장을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생적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정부가 스케일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측면지원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2011년 민간 부문의 혁신적 기업가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를 도입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지역별 기업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스케일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를 발족했다. 이 프로그램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기업가정신 교육, 멘토링, 벤처투자 유치 등 다양한 연계활동을 벌인다.

실리콘밸리도 ‘벤처캐피털 조건부 대출’이라는 모델로 스케일업 지원에 나선다. 이 방식은 대출심사의 기준이 기업 자체의 신용도나 기술력이 아니라 그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의 역량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은행 대출과 다르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캐피털의 실적이 우수하고 평판이 있는 곳이라면 투자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긴 호흡으로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은 스케일업 정책에 더욱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기존 기업의 스케일업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지원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EU는 2016년 스타트업 육성, 해외 진출 및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스타트업 스케일업 이니셔티브’를 내놓았다. 같은 해 4월에는 ‘벤처 EU’ 프로그램을 통해 65억유로의 신규 투자를 일으켜 유럽 기반 스타트업들이 자금부족으로 스케일업에 실패하는 일을 막고 재도전이 가능한 창업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유럽 지역의 스케일업 기업(창업 후 100만달러 이상 펀드를 조성했거나 최근 3년간 매출액이 연 평균 20% 이상 증가한 기업) 숫자는 전년동기 대비 28% 늘어난 1,220개를 기록했다. 같은 해 스케일업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220억달러에 이른다.

EU 국가 중에서도 영국은 정부 주도로 스케일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연간 창업기업 수로는 3위지만 스케일업 기업 수에서는 13위에 그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가와 투자전문가·혁신가들이 참여하는 ‘스케일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정부 차원의 스케일업 전략을 짜고 있다. 영국은 앞서 2014년 세계 최초로 스케일업 촉진 전문기관(Scale-Up Institute)을 출범시켰으며 스케일업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기업생태계 모니터링 및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주요 국가들이 스케일업 중심으로 창업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스타트업 중심의 지원에 머물러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관련 지원사업은 183개, 19조2,312억원. 이 가운데 창업 관련 지원사업은 19개, 2조4,475억원으로 12.7% 를 차지한다. 작지 않은 비중이다. 하지만 스케일업 관련 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약 패키지 사업이 유일하다. 예산도 올해 기준 800억원이다. 아직 스케일업 정책을 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로드맵, 세부 통계가 없다 보니 스케일업에 특화된 사업도 커지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쏠림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창업 후 3년 이상 7년 미만 기업들이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데 있다. 중기부가 2015년 전국 사업체 378만개를 대상으로 진행된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업력 7년 이내의 창업기업은 약 200만개로 전체기업의 약 52.9%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창업 초기(1~3년차) 기업은 평균 매출과 평균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정부의 지원이 줄거나 끊기는 4~5년차에는 평균 매출과 평균 고용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 업종의 창업 5년차 생존율도 27.5%로 영국(37.5%), 독일(41.0%), 스페인(39.9%)보다 낮은 수준이다.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자연스럽게 지원정책과 투자가 이어지면서 유니콘으로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감에서도 스케일업 정책의 필요성이 제안됐다. 10월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업지원 정책의 중심을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옮겨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고 유니콘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스케일업 정책 설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고 주도하는 주체는 민간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동우 한국창업학회 회장은 “기존에 없던 제도를 시작할 때 정부 입장에서는 많이 개입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면서 “스케일업 정책이 성공하려면 민간 자금이 스케일업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인센티브 같은 제도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케일업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민간의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에 기업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정부는 자금만 지원하되 투자자들도 자본금을 투자해 책임감을 높이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