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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법안 소위 정례화로 '입법 남발' 막고...쪽지예산 속기록 남겨 투명성 높여야

獨처럼 입법영향평가제 등 활용

보여주기식 발의 차단 나서야

예결위 상설화·감사 기능 이관

밀실 예산 심사도 개선 필요





양적 발의에 치중해 법안을 남발하는 행태는 후진적 입법 문화 중 하나다. 숫자나 단어 한두 개만 고친 개정안 발의가 대표적이다. 법안 내용이 아닌 발의 개수로 정량적 의정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의 법안 발의가 부실 법안을 만들기도 한다. 이에 법안 발의 단계에서부터 법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전에 위헌성 여부, 규제 영향 평가 등을 심사하고 관련 보고서 첨부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본회의 출석률, 법안 발의 개수로 의원 성과를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방식 때문에 법안 남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법안을 만들 때 소요예산 추계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부분을 개선하고,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같은 국회 내 입법 지원 조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부실 입법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독일에서는 입법영향평가제를 활용해 법안 남발을 막고 있다. 대상 법률안을 규제 관련 법안, 비용편익 발생 법안 등으로 분류해 시뮬레이션·시범시행·실험입법 등을 거친다. 일본도 입법 과잉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갖고 있다. 150일간의 회기 동안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을 자동 폐기하는 방식이다. 영국 역시 법률안 제출 방식에 제한을 두고 있다. 추첨, 10분 규칙, 일반 절차 등 세 가지 입법 절차를 거쳐야 발의가 가능하다.

국회 입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감사나 예산심사에 준하는 활동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소위 제도 개선의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이 앞장서고 있다. 문 의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안 소위 복수화와 정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소위를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2주에 한 번은 꼭 열려야 한다는 타협안이 의장 안으로 운영위에 올라가 있다. 바로 입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각 상임위 법안 소위를 두 개 이상으로 복수화하고 회의 시기도 정례화하자는 것이다.



반면 소위 복수화에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소수 의원이 법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법안 소위는 대체로 7~8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복수화가 이뤄져 쪼개질 경우 4~5명 정도로 그 규모가 줄어들어 이익단체 로비에 취약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 기능과 함께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꼽히는 예산심사 기능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식적 예산심사 기구인 예산조정소위원회에서는 비쟁점 예산만 논의되고 정작 핵심 예산은 속기록에도 남지 않는 소(小)소위나 원내지도부 일괄 타결 방식으로 결정하는 심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선심성 예산이나 쪽지 예산이 오가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소소위 속기록도 남겨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결위 상설화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국회 예산심사는 50여명으로 구성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특별위원회이기에 다른 상임위와 달리 겸직이 가능하다. 다수 의원이 예산심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문성을 기르기 힘든 구조라는 비판이 있다. 또 예산과 관련한 연중 수시 업무 보고와 모니터링이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국회 예결특위 대부분이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이라며 “예결위에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과 같이 일부 기능만이라도 국회에 이관해 전문적으로 예산결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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