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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 밖 경쟁자들이 '광주의 실패' 원한다

박준식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저임금 국가·선진국 車 회사에

고용·성장 잠재력 내어주는 꼴

노사정, 양보하며 타협 끌어야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가 마지막 단계에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지역 일자리 문제의 대안으로 추진돼온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과 노동시장은 물론 경제와 산업의 미래에 커다란 함의를 품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은 지역의 미래는 물론 우리나라 제조업의 고용을 지키고 노동시장을 선진화하는 데 획기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과 일자리 문제,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이해 주체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교섭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역 주민과 일자리 기회를 절실히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일할 기회는 그 어떤 권리보다 절실하다. 일자리 없이 미래 세대가 성장할 수 없고,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없는 곳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국내외 경제사회 여건이 험난하고 모든 나라들이 좋은 일자리 기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일자리 정책의 실패는 국가 경제와 사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광주에서 모색되는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들이 기존 일자리보다 당장의 임금 수준이 다소 낮을지 모르지만 지역이 처한 노동시장 여건을 감안하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처한 국내외의 어려운 환경을 고려한다면 미래를 위해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고용을 이끄는 대표 산업으로 견실한 위상을 지킬 수 있었다. 우리와 경쟁하는 모든 국가들이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추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각국이 우리의 자동차산업을 넘보는 상황에서 이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뺀 한국의 산업과 고용의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수많은 역경과 대립·갈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오늘의 수준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산업에 모든 것을 바쳤던 사람들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하는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대다수 노동자들이 유사한 공정에 속한 외국 공장 노동자들과 일자리와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기존의 일자리 세력들은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경쟁자들은 광주가 아닌, 전 세계의 저임금 국가들이고 한국의 성공과 경쟁하는 선진국의 자동차 회사들이다.



보이지 않는 문 밖의 경쟁자들은 광주의 실패를 원할지 모른다. 우리 눈앞의 작은 이견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강력한 기득권으로 똘똘 뭉친 기존 노조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고용과 성장 잠재력을 하나씩 해외로 내주는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일본·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강력한 추격자들이 산업과 고용의 미래를 놓고 국가적 명운을 건 치열한 경쟁과 협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사회적 교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득권자들이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오늘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책임의식을 공유하는 희생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일할 기회를 원하는 새로운 세대와 젊은이들에게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는 근시안적 사고로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비전과 전략이 나올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 문제에 대한 경제사회 주체들의 현명한 대처와 진정성 있는 타협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우리보다 앞서 유사한 경제적 위기를 사회적 타협과 대화를 통해 넘어섰던 선진국들의 경험을 볼 때 나만의 이익을 고집하고 이념에 집착하는 사고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장기적 관점의 상생적 타협이 언제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세대가 지역에서 일자리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는 것이 현재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사회적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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