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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⑤경제] 정부 '구조개혁 경고음' 무시...'0%대 성장" 日전철 밟을수도

<하>다가오는 '제로성장' 시대-너무 빨리 닫히는 성장판

정부, KDI 2007년·2014년 노동유연화 등 진단 외면

5년마다 성장률 1%P 하락...올 2%대 중반도 어려울듯

2020년 이후엔 선진국처럼 1~2%대 저성장 국면 진입

지난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010~2020년 4.21%, 2020~2030년 2.94%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성장률 훼손을 막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그 뒤로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6~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8~2.9%, 2020~2030년 전망치는 2.2%에 그친다.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잠재성장률이 2.94%에서 2.2%로 주저앉았다. 12년 전 경고음이 울렸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성장률만 까먹었다. 특히 최근 산업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일본의 경우 1991년 3.3% 성장률을 기록한 뒤 1992년에 0.8%로 급락, 이후 2011년까지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10년에 달하는 끔찍한 저성장을 경험했는데 한국도 성장 절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다.

◇성장판 조기에 닫힌 한국=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 IMF가 지난해 10월 주요 선진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2.4%와 큰 차이가 없고 미국(2.9%)보다 낮다. 2010년대 3~4%대 세계 성장률 평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이제는 선진국처럼 1~2%대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둔화한 게 주요 원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10~2016년) 한국의 연평균 제조업 총부가가치 증가율은 직전 기간(2002~2008년)보다 3.7%포인트 떨어지며 일본(0.8%포인트 증가)이나 독일(1.2%포인트 증가)을 밑돌았다.

문제는 우리는 아직 완전한 선진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GDP는 1조5,308억달러로 세계 12위다. 국민의 평균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380달러로 31위다. 기술 축적이나 국력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일본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자본시장만 해도 우리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장판이 일찍 닫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급격히 떨어지는 활력…불투명한 미래=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주요 지표가 급격히 하강하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2)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하며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앞날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6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향후 성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설비투자도 계속 쪼그라들며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1% 줄었다.



산업현장으로 눈을 돌리면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등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가 주춤하고 이를 메워줄 다음 타자가 없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7.2% 빠지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공유경제 같은 신산업이나 빅데이터는 기득권의 저항과 규제로 발이 묶여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의 활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 연평균 성장률은 4.48%였지만 이명박 정부(3.20%), 박근혜 정부(2.96%)를 거치면서 앞자리가 바뀌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 덕에 2017년 3.1%의 반짝 성장을 거뒀지만 올 들어 경기 하강 국면이 완연해지며 향후 2% 중반 성장도 쉽지 않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중장기 성장 회복 모멘텀 만들어야=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되레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자동차·조선업체 구조조정을 ‘폭탄 돌리기’하듯 뒤로 미뤄왔고 수조원대의 혈세를 쏟아부으며 다른 신산업 창출을 제약했다.

좀비기업도 많다. 2017년 기준 이자보상비율이 1(100%)에 못 미쳐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기업은 9만7,966곳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했다. 2016년(20.2%)보다 비중이 확대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실기업이 겨우 버틸수록 무리한 경쟁에 견실한 기업까지 피해를 본다”며 “한정된 금융자원이 보다 창의적인 곳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의 역사를 끊기 위해서는 정권을 관통하는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 모멘텀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며 ‘새 술을 새 부대에’라고 외치다 보니 우리 경제에 축적이 사라졌다”며 “정책 리더십이 긴 안목에서 바른 나침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원 전 특허청장은 “올해는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정책을 펼칠 마지막 해”라며 “재정 여력과 지지율이 버텨줄 때 하루빨리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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