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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싸게 산 상품권 '4% 깡'으로 차익…정작 시장선 실종

■'헬리콥터 머니의 역설' 온누리상품권

설 앞두고 구매한도·할인율 인상

은행들 입고되자마자 족족 소진

불법유통에 정작 전통시장선 실종

"투기 세력 쓸어담아 차익" 우려





#직장인 김상현(가명)씨는 지난 25일 설 명절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을 50만원 한도에서 10%나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에 있는 은행을 찾았다. 부모님 선물용으로 30만원어치를 사려 했지만 상품권이 모두 소진됐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주변의 다른 은행 세 곳도 가봤지만 ‘입고되자마자 즉시 팔려나갔다’는 답변만 들었다. 김씨는 “집 근처 전통시장을 가보면 손님들도 별로 없는데 도대체 누가 상품권을 사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 지하상가의 상품권 판매소. 정장 차림의 젊은 직장 여성부터 두툼한 점퍼 차림의 50대 남성까지 나이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하루 종일 손님이 들락거렸다. 각종 상품권을 취급하는 이곳에는 온누리상품권을 주면 4%를 떼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교환해준다는 ‘정보(?)’를 듣고 찾은 사람들이 상당수다. 상품권 직원은 “평소에는 (온누리상품권의) 하루 물량이 많아 봐야 100장 안팎이었는데 최근 들어 현금으로 바꿔 달라며 상품권을 들고 오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하루에 5,000장 이상 들어온 적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마땅한 처벌 규정없고 감시 못해

사설판매·개인 결탁 가능성도

“사용기한 제한 등 조치 필요”



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의 개인 구매 한도와 할인율을 올렸지만 구하기도 어렵고 전통시장에서 만나기도 힘든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는 14곳 시중은행 어느 곳을 방문해도 상품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반면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는 사설 상품권 판매소에는 이전보다 최대 50배나 많은 물량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온누리상품권의 개인 구매 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할인 폭을 5%에서 10%로 확대하자 투기 세력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상품권을 쓸어 담은 후 차익 실현에 나선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손쉬운 재정 투입에 의지한 정부의 ‘헬리콥터 머니’가 부른 역설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온누리상품권의 구매 한도 및 할인율 확대 적용이 시작된 21일 이후 사설 상품권 판매소들이 밀집한 서울 중구 회현동과 소공동 일대 지하상가를 둘러본 결과 5,000원·1만원·3만원권 온누리상품권은 권면 금액의 4%의 할인율만 적용하면 손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다.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개인 구매 한도를 5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사설 판매소에 가면 혼자서도 수백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개인이 구매한 온누리상품권을 사설 판매소에서 현금화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인이나 정부로부터 상품권 판매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시장상인회의 경우 소위 ‘상품권 깡’과 같은 불법유통을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있지만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상인회에서 가맹점이 아닌 시장 상인에게 불법 환전을 해주거나, 가맹점포들이 실제 매출이 없는데도 은행에 가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에 적발해 과태료 부과 등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상품권 깡에 나서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구매 한도와 할인율 차이를 이용해 물품 거래 없이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개인의 경우 이달 말까지 온누리상품권을 50만원 한도 내에서 10% 저렴한 4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를 사설 판매업체에 4%의 수수료를 떼고 되팔면 3만원의 차익이 남는다. 상품권 구매와 판매만으로 앉아서 실제 구매액 대비 6.67%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들이 구매 한도 내에서 상품권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보니 가맹점이 아닌 상인들과 사설 판매업소, 다시 사설 판매업소와 일부 시장상인들 간에 결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설 판매소들이 개인들로부터 대량의 상품권을 매집할 수 있는 것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가맹점 또는 일부 시장상인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상품권 판매소들은 자신들이 매집한 물량에 2% 안팎의 마진을 뗀 뒤 법적으로 상품권을 권면 금액대로 현금화할 수 상인들에게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개별가맹점은 월 1,000만원 한도 내에서는 매출 증빙 없이도 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권면 금액대로 환전할 수 있다. 시장상인회의 경우 시장 크기에 따라 1억·3억·5억·7억원으로 환전할 수 있는 한도액이 다르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온누리상품권의 할인율을 높이면서 세운 판매 목표치는 4,500억원.기존 5%에서 10%로 할인율을 올리면서 추가로 들어가는 돈만도 200억원에 달한다. 현 유통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세금만 축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상품권 판매업자는 “개인으로 가장한 일부 비가맹 상인과 사설 상품권 판매업체, 가맹점 상인들이 서로 결탁할 경우 잘 드러나지도 않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시적으로 구매 한도와 할인율을 확대할 경우 사용 기한에 제한을 두는 등의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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