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우리 경제 상황을 평가하면서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국책기관이 4개월 연속으로 경제상황을 안 좋게 평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KDI의 경고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기둔화’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지난해 11월만 해도 KDI는 수출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부진한 탓에 전반적인 경기가 ‘다소 둔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산과 내수, 수출 등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경고했다. KDI는 “반도체와 보건·사회복지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생산 증가세가 미미하고, 건설업 생산도 부진하다”며 “제조업 재고율이 상승하고 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설비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KDI가 긍정 평가한 보건·사회복지는 나랏돈이 대거 투입돼 지탱하는 서비스업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12월 경기선행지수(CLI)도 99.19로 전월(99.20)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2017년 3월 이후 21개월 연속으로, 역대 최장기간 하락이다. 기존 최장 기록은 외환위기 당시(1999년 9월~ 2001년 4월)인 20개월 연속 하락이다. OECD가 내놓는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6~9개월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는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물가비율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자본재 재고지수 △코스피 등 6개 지표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100을 넘으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의 OECD 선행지수는 8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12월 98.5로 전월대비 0.2포인트 내리면서 7개월 연속 하락했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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