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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요리서 웹툰작가까지 배출...변신하는 전문대

신산업 중심으로 학과 재편하고

캠퍼스 내에 실습장소까지 마련

기업 러브콜에 취업률 70% 육박

직업계고와 겹치는 과목도 많아

"상호 역할 분담 필요" 목소리도

청강문화산업대 패션스쿨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새 옷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청강문화산업대




#홍지연(27)씨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객실과 로비를 꽃으로 꾸미는 일을 하고 있다. 2년 전 계원예술대에서 화훼디자인을 전공한 게 큰 도움이 됐다. 홍씨는 “입학할 때만 해도 진로가 불분명하고 4년제 대학에 미련도 남았는데 졸업할 때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며 “학교생활 가운데 꽃을 만지고 팔아본 경험이 정말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화훼디자인과를 보유한 계원예대는 매년 호텔·홈쇼핑·백화점 등 화려한 꽃의 세계로 졸업생들을 내보내고 있다.

#‘웹툰작가의 요람’으로 알려진 청강문화산업대도 전문대 중 유일하게 만화·웹소설·디자인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학교다. ‘죽음에 관하여’를 그린 네이버 웹툰작가 시니와 혀노, ‘뷰티풀 군바리’를 그린 윤성원 작가가 이 학교 출신이다. 웹툰 시장에서 각종 상을 휩쓸자 투믹스 등 웹툰 플랫폼이 청강산업대와 손잡고 직접 신인 작가 발굴에 나설 정도다.

전문대가 변하고 있다. 학과가 다양해지고 캠퍼스도 역동적으로 변했다. 자신만의 진로를 개척해나가려는 고등학생, 현장 경험과 지식을 융합하려는 직장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손잡고 전국 곳곳의 전문대를 살펴본 결과 신산업 중심으로 학과를 재편하고 캠퍼스 내에 기술을 갈고 닦을 현장을 마련한 전문대들 다수가 눈에 띄었다.

전문대의 상승세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대로 ‘유턴’하는 입학생들만 연간 1,000여명에 이른다. 유턴 입학생은 지난 2014년 1,283명에서 2018년 1,537명으로 200여명 증가했다. 취업한 후 자신의 학습 수요에 따라 전문대를 택한 25세 이상 성인 학습자 수도 6만명을 넘어섰다.

전문대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실용학문 분야를 4년제 대학보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뷰티·기술·요리·소방 등 다양한 실용기술을 직접 실습하며 체득할 수 있다. 전국 136개 전문대가 서로 다른 1,184개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원예나 방송·네일아트 등 시대 요구에 맞는 과목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희귀한 기술을 배우고 싶거나 특성화고에서 배운 기술을 체계화하고 싶은 고졸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대 취업률은 2017년 기준 69.8%를 기록했고 해외 취업률도 6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4년제 대학 취업률(64.3%)보다 5.5%포인트 높은 수치다.



최근에는 캠퍼스 안에 실습 장소를 직접 들여오는 ‘산학일체형’ 전문대도 생겼다. 요리 전공자를 위해 레스토랑을, 미용 전공자를 위해 미용실을 학교 안에 열어주고 실습장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경북 대경대는 캠퍼스 내에 레스토랑을 두고 조리과와 호텔매니지먼트과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대전 우송정보대는 애견동물학부 실습생들을 위해 캠퍼스 안에 애견미용샵과 애견보호소를 열었고 기숙사도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전용공간을 만들었다.

‘잘 가르치는 전문대’에는 기업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 기업이 주문하는 대로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유명해진 대구 영진전문대는 매년 취업률이 80%를 넘나든다. 대학 안에 ‘삼성전자금형반’ ‘LG디스플레이반’ 등 기업 이름을 딴 협약반이 따로 운영될 정도다. 이미 대구 지역에서는 “4년제 대학 가느니 영진전문대 간다”는 말이 퍼질 만큼 인기가 높다.

다만 전문대와 4년제 대학, 고졸 취업이 상생하려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직업계고 학생들과 전문대 졸업생 간에 겹치는 과목이 많아 서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연출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직업계고에서 다룰 수 없거나 심화학습이 필요한 과목을 전문대가 개설해야 차별화할 수 있다. 고졸 학생이 현장을 경험한 뒤에도 얼마든지 심화학습을 시도할 수 있는 전문직업교육기관, 즉 ‘숙련공 양성학교’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박동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지금은 전문대생과 직업계고 졸업생 사이에 일부 직군이 겹치면서 제로섬 게임이 되는 양상이 있는데 보안학과, 하드웨어 관리과처럼 직업계고 3년 학습기간만으로 다 가르칠 수 없는 실용학문이 아주 많다”며 “전문대가 이런 수업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CC)처럼 지역사회 성인들과 외국인들의 평생교육 수요를 적극적으로 빨아들일 때 한층 전문적인 교육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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