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4조7,315억원(-4.6%) 줄어들고 순이익 감소폭은 9조9,395억원(-13.5%)으로 커진다. 2017년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영업이익이 104조97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부진했던 것이 ‘직격탄’이 됐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4·4분기부터는 반도체 실적이 크게 하락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올해도 상장사 이익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시장 기대보다 낮을 것’이라며 스스로 ‘어닝쇼크’를 예고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는 지난해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늘어났지만 이익률이 떨어졌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 연초부터 상장사 실적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실적이 급감함에 따라 올해 국내 기업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540개 코스피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894조6,674억원, 157조6,6863억원으로 전년도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직전 최대치인 2017년(매출액 1,808조6,195억원, 영업이익 157조1,762억원) 대비 4.76%와 0.32% 늘어났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익지표는 나빠졌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6.72% 줄어든 107조9,5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 비중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8.32%와 5.70%로 전년 대비 0.37%포인트, 0.70%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스피 기업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 행진을 했으나 3·4분기부터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하반기 들어 영업환경이 악화되며 매출 대비 수익성이 줄었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과 법인세율 인상 등이 겹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석 대상 기업의 62.3%인 402개사는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했고 138개사(21.4%)는 적자로 나타났다. 흑자전환 기업(31개사)보다는 적자전환 기업(61개사)의 수가 두 배가량 많았다.
업종별 순이익을 보면 종이목재가 흑자 전환했다. 의료정밀(38.65%), 음식료품(28.8%), 유통(21.16%), 통신(15.99%), 전기전자(8.88%) 등 5개 업종은 순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전기가스·운수창고는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의복(-60.58%), 기계(-57.64%), 철강금속(-45.58%), 운수장비(-40.00%), 화학(-31.01%), 비금속광물(-30.97%), 의약품(-24.46%), 건설(-12.02%), 서비스(-11.09%) 등 9개 업종은 순이익이 줄었다.
금융업종에 속한 40개사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7조5,978억원과 20조3,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7.44%와 0.98% 증가했다. 영업이익 증가율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낮게 나타났다. 순이익은 은행(16.83%), 증권(7.06%), 금융지주(2.57%)가 늘었으나 보험(-9.05%)과 기타(-1.88%)에서 줄었다.
올해 상장사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황도 상반기까지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하반기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상반기까지 반영될 것”이라며 “반도체 이익이 반 토막 이상 급감할 가능성이 커 연간으로 보면 코스피 이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 기업의 연결 부채비율은 2018년 말 현재 106.36%로 1년 전보다 2.11%포인트 낮아졌다.
/김광수·조양준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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