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018년 이전에 적립된 종교인의 퇴직금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종교인 과세가 이뤄진 시점(2018년) 이전과 이후에 퇴직한 종교인 내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일반인과 퇴직금 소득세가 30배나 차이가 나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종교인 특혜 논란 속에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려 법사위 소위에 회부해 추가 논의를 하게 됐다.
국회는 이날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박주민·김종민(민주당)·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 등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은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행된 시점인 2018년 1월 1일 이후 근무 기간을 전체 근무 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대상 퇴직소득으로 한다. 즉, 2018년 이전 기간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특히 법안 시행 전에 초과 납부한 세액을 환급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부칙에 포함돼 소급도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소득세법에 따라 종교인들도 일반인과 똑같이 퇴직금 전체에 대해 세금이 매겨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종교인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근로소득자는 전체 퇴직금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수십 년간 일하고 지난해 연말 퇴직한 종교인이라면 지난 1년치만 과세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년 근속 기준으로 10억원의 퇴직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근로소득자는 1억5,000만원을 내는 반면, 종교인들은 500만원에 그친다.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상에 있어서도 불교계에서 스님은 퇴직 개념이 없고 천주교 성직자도 퇴직금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일부 개신교 목사만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세평등 원칙이 계속 지켜지지 않아 오랜 시간 공들여 종교인 과세를 했는데 시행 1년도 안돼 다시 종교인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많다”면서 “종교계 내부에서도 오히려 소수의 종교인에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더 많은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회와 정부는 과세 정상화 취지라는 입장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2017년에 퇴직하면 한 푼도 내지 않았으나 18년 이후 조금만 근무해도 전체 기간에 대한 과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국회 기재위의 검토보고서와 같은 논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과거 공적연금 일시금 지급과 관련해 (2002년 이후 적립분으로) 이와 같이 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초 5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과는 달리 이번 국회에서는 사실상 처리가 힘들어졌다. 홍 부총리는 “국회가 먼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국회 4당이 합의한 내용이라 동의했다”면서 “이번 국회에 처리하지 못하면 5월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 신고 후 법 개정이 됐을 때 환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고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처리돼왔어도 정부가 과세형평성을 외면하고 손을 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위 검토보고서에도 “종교관련종사자 소득과 일반 납세자 소득간 과세체계의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되, 개정안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일부 인정했다. /세종=황정원·한재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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