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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외교부, 프로패셔널리즘 상실의 시대

연이은 황당실수에 강경화, 프로패셔널리즘 강조

외교,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준비 없인 '사상누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출석, 외교부 간부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 등 대형 외교 이벤트 준비로 분주해야 할 외교부가 때아닌 ‘프로패셔널리즘(professionalism ·전문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연이은 황당한 실수로 외교부의 자질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의 수장인 강경화 장관이 지난 4일 직원간담회에서 “외교업무의 특성상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만큼 외교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빠짐없이 사명감과 직업의식을 바탕으로 맡은 바 업무에 빈틈없이 임해달라”고 호소할 정도입니다.

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 행사의 의전용 태극기가 많이 구겨져 있다./연합뉴스


◇‘프로패셔널리즘’ 실종된 외교부

외교부의 실수에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외교부 청사 17층 양자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전략 대화였습니다. 국가 간 공식행사장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주름진 의전용 태극기였습니다. 국기 관리는 외교의전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꼭 외교의전이 아니더라도 국가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일 겁니다. 나라를 대표해 타국과 교섭하는 외교부에서 의전용 태극기를 관리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외교부 안팎으로 이를 두고 ‘프로패셔널리즘의 부재’ ‘기강해이’ 등 쓴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최근 있었던 황당한 실수들도 외교부의 프로패셔널리즘을 의심케 합니다.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 ‘발틱(Baltic·발트)’국가인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 국가라고 잘못 기재한 것은 단순 실수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마하티르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말레이시아 말이 아닌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말을 건넨 것은 외교부의 프로패셔널리즘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각에서는 당사자인 말레이시아에서 큰 문제로 삼지 않은 일이니 괜찮다고 하지만 선뜻 이에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3·1절 100주년을 나흘 앞둔 25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외벽에 초대형 태극기가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외교

외교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전반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사람이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첫 번째 단계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일 것입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외교는 전문적인 영역이며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준비가 필수입니다. 이런 외교의 기본 속성을 고려해보면 문 대통령과 마하티르 총리의 정상회담을 전담한 외교부의 준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어를 공통으로 쓰고 문화적 동질감도 크지만 의외로 다툼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화가 비슷하니 전통음악, 음식 등의 원조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영토 분쟁을 겪기도 하는 등 두 나라는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2014년 12월 자국 내에 불법체류 중인 인도네시아인 7만명을 추방시키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런 양국 관계를 비춰볼 때 자국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건네는 외국 정상을 말레이시아인들은 어떻게 봤을까요. 문재인 정부가 미중일러 4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을 책략으로 ‘신(新) 남방정책’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준비 없는 외교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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