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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적 비상벨...제조업 로드맵은 표류] "침체골 예상보다 깊어" 주력업종 20%이상 이익 하향 조정

'반도체 쇼크' 지속 이어 車도 유럽판매 부진·노조 '몸살'

석화 2분기 영업익 20%선↓...철강·디스플레이도 부진

내수기업 경쟁 심화에 출혈·부품업체 경영난은 더 심각

한경연 "기업 85%가 상반기 실적 계획보다 악화·비슷"





경기도에 위치한 토목건설업체 A사의 이모 사장은 올 초만 해도 목표였던 매출 350억원 달성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1분기가 지난 현재는 목표 달성을 접었다. 한국전력이 전신주 관련 발주를 예년보다 30% 줄인 것이 직격탄이 됐다. 이 사장은 “적자에 빠진 한국전력의 물량 비중이 절대적인 중소업체들이 모두 고전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힘든 판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중소기업 A사의 사례에서 보듯 올 들어 기업들이 실적 압박을 받는 원인은 다층적이다. 원청업체의 실적 악화에 의한 연쇄적 경영난에 지난해까지 근 2년간 30%가량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변화도 겹쳤다. 특히 국내 주력 업종인 반도체·조선·철강·석유화학 등이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예외 없이 고전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연간 실적 재조정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절대다수인 84.8%가 올 상반기 실적이 연초 계획 대비 못하거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고작 15.2%만이 예상보다 낫다고 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상반기 경기침체의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고작 3개월 남짓 지난 시점에 연초 계획보다 이익을 20% 이상 내리는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쇼크’에 車는 유럽에서 판매 감소=주력 제조업을 보면 어느 하나 잘 나가는 게 없다. 지난해 우리 경제를 외끌이했던 반도체의 삼성전자만 해도 올 2·4분기 영업이익으로 6조원 중반대가 예상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5세대(5G)·전장 수요 등이 하반기 회복을 이끌 재료로 거론되지만, 경기 침체 속에 투자 수요가 얼마나 살아날지 불투명하다. 이미 반도체 기업 실적은 시장에 애초부터 낮게 형성됐던 컨센서스보다 20~30%가량 못하다.

전년 대비 소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자동차도 영업 호조 때문이라기보다 구조조정 여파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 시장 부진은 뼈아프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경우 올 1·4분기에 지난해 동기보다 3만대 적은 13만 2,67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유럽도 신통치 않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현대·기아차의 총 판매량은 1.3%(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노조의 생떼도 부담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노조들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정규직 충원 요구까지 하고 있다”며 “전기차 생산 확대 시 생산 인원 감소가 불가피한데 고비용 구조를 손대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석유화학과 철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유화업종은 시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LG화학·에쓰오일 공히 2·4분기 영업이익이 20% 안팎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도 원료 가격이 40%가량 올랐지만, 여전히 고난의 행군 중인 조선업체의 반발로 후판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부진→부품업체 경영난→경기침체 심화 악순환=디스플레이는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맞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마저 지난 1·4분기 7,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에는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대해서도 물량공세에 나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OLED 패널 공장 생산 규모가 월 41만9,000장으로 국내의 두 배나 된다. 국내 기업의 실적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부품사의 경영난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해외에서는 현대차의 베이징 1공장(연산 30만대) 가동 중단 계획, 기아차의 옌청 1공장(연산 14만대) 상반기 가동 중단 방안 검토 등으로,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차발 위기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협력사가 수두룩할 정도다. 특히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가 400만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여 부품업체의 위기감은 극에 달해 있다. 조선업종도 지난해 발주가 많았던 만큼 올해 숨 고르기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 조선업계의 한 임원은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침체로 선주들이 발주를 꺼리고 있다”며 “부품업체의 경우 컨테이너선 위주라 조선사에 볕이 들어도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내수기업들도 반전이 쉽지 않다. 최초 5G 상용화를 이룬 이동통신사들은 수조원대 투자비를 회수할 뚜렷한 수익 모델이 보이지 않아 고민이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도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 심화로 올해 실적 회복이 버겁다. 이런 기업의 고민은 한경연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본 기업 수는 증가를 점친 기업의 1.71배였다. /이상훈·박한신·양종곤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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